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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펠 Rup L

1년 전,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때도 집안의 모든 커튼을 치고 블라인드를 내렸다. 처음 한 달은 전염병의 원인도, 전염 방식도 알지 못해 모든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스크가 품절이 되고 지하철도 점차 비어갔지만 감염되는 사람은 늘어만 갔다. 전염된 사람은 고열로 사흘에서 나흘 정도 고생을 했지만 그 시기만 잘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나은 것처럼 보였다. 모든 가정에서 식사를 따로 하도록 권고했고 감염 방식을 알 수 없기에 식당들도 점차 손님이 줄어 힘들어졌다. 나는 모든 것이 마치 지구가 갑자기 반대로 자전을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충격이 컸던 그날의 뉴스를 기억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러시아의 한 연구소에서 박테리아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액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염되나 섭씨 140도까지 버티면서 사람의 신체 밖에서도 최대 세 시간까지 살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감염되었을 경우 해당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급격히 퍼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결책은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과 수분이 없는 상태로 유통되는 음식을 찾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생수와 자동가열 인스턴트식품을 찾기 시작했고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들어오면 각자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 옷의 어딘가에 무엇을 묻혀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 우리 가족은 모두 거의 똑같은 정도로 조심을 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부모님과 형 모두 시름시름 앓다가 고열이 휩쓴 지 거의 반나절 만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옮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해열제를 들고 온 집안을 돌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람이 감염으로 사망하면 나라에서 로봇들을 보냈다. 로봇들은 시체를 가지고 가면서 자동으로 집안 소독을 해 주었다. 웃기게도 사람이 죽어버렸는데도 저 박테리아들은 한 명이라도 더 감염시키겠다고 시체의 온몸에서 땀을 배출하게 했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박테리아로 사망한 사람을 로봇까지 만들어가며 수거한 것은 감염을 막는 것 이상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나는 가족을 잃고 두 달이나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박테리아가 뇌에 작용해서 다른 사람을 따라가 껴안거나 혹은 계속 근처에 맴돌게 한다는 것이었다. 감염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죽은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은 실제 죽고 나서 죽은 몸으로 집 밖을 배회하는 수두룩한 시체들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그나마 초창기에 사망해서 깔끔하게 화장을 했다고 설명을 들었고 나 역시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현관문 앞에 형이 나타날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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