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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Jul 31. 2024

이민 말고 귀촌 (15)

쉴 틈 없는 시골살이

비단 시골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의 문제, 서비스의 문제라는 게 더 옳다. 그래서 이 얘긴 이민 말고 귀촌이 아니라 이민이나 귀촌이나, 라고 해야 할 수도 있겠다. 지역에 따라 귀촌보다 이민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얘기해 보겠다. 오늘은 집 유지보수에 관한 얘기다.


같은 도시에서도 아파트와 주택의 거주 환경은 크게 다르다. 주택이 층간소음에서 자유롭고 마당 공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파트는 편의시설의 유용함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관리의 번거로움은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주택 관리에는 품이 엄청나게 든다. 자연에 둘러싸인 시골이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우선 냉난방이 큰 걸림돌이다. 시골의 주택에 살기 전까지 나는 집합건물의 열 전도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지 못했다.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빌라의 경우 옆집, 윗집, 아랫집의 냉난방 덕에 어느 정도 냉난방 효과를 누리게 된다. 겨울이라고 문이 얼어붙지 않고, 여름이라고 벽면이 녹아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은 다르다. 건물 한 채가 오롯이 자체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건물 사이 간격이 넓은 시골은 더하다. 겨울에 집을 비우면 문이 얼어붙고, 여름에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냥 화생방실이 된다. 벽돌집은 겨울에 벽돌이나 시멘트 쪼개지는 소리에 가슴 졸이고, 여름에 실리콘 녹아내리는 상황에 발을 동동 구른다. 시스템 창을 해도 조금만 안일하게 굴면 결로가 생기고, 환기 후 제시간에 창을 닫지 않으면 곰팡이가 번지기 십상이다(창밖에는 터를 노리는 포자들이 한가득이다).



시골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사실 역시 문제다. 기름보일러는 온수 쓰는 것도 번거롭고 난방비도 어마어마하다. 우리 집은 지난겨울, 평균 온도 19~20도로 지냈는데도 넉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의 난방비만 백만 원가량 들었다(기름값이 올라서이긴 했다).


냉난방만 문제라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다. 주택은 철마다 손 볼 곳이 생긴다. 옥상 방수, 벽면 크랙, 거미줄, 말벌집, 나뭇가지와 전선 관리, 눈, 비, 집 앞 아스팔트, 시멘트, 정화조, 테라스, 페인트, 벽지, 집에는 챙겨야 할 게 많기도 하다. 그뿐이랴. 분리수거, 쓰레기 배출 등,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편의성은 크게 차이가 난다.


해외의 경우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신식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기타 규칙이 까다로운 경우도 적잖다. 그래도 그곳 역시 시골이 아니라면 우리 시골보다는 나을 거다. 주택 관리는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사람을 쓰지 않는 이상 시골에서는 쉴 틈이 없다. 뭐 하나 수리하려고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쓸 사람이 없기도 하다(거리가 멀어서, 바빠서 일을 안 맡겠다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어떤 업종 전문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의아할 거다. 귀촌을 하지 말란 거야?


난 이런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시골에 살고 있다. 이곳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하다. 다만 이런 현실을 모른 채로 온다면 시골살이가 힘겨울 수 있다. 이민이든 귀촌이든, 주거지를 옮기기 전에는 먼저 충분히 잘 알아볼 일이다.


늦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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