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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Dec 15. 2023

사워도우, 스타터는 쉽게 죽지 않아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사워도우 식사빵 만들기

올 9월, 'Made in Hackney'라는 채식 커뮤니티 요리학교&자선단체에서 사워도우 만드는 법을 배웠다. 클래스 당일 수업 과정은 굉장히 간단했다. 강사 님이 직접 배양 중인 스타터를 만들어와 나눠주어서 그걸로 반죽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사워도우 반죽은 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식사빵을 만들고 남은 반죽은 인도의 난처럼 플랫하게 밀대로 민 뒤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도 된다. 물론 토핑을 얹어 사워도우 피자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배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렇게 사워도우 만들기 실패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레시피에 적혀있는 대로 따라 하면 잘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반죽을 반나절 휴지하면 2배 정도 부풀어 오르는데 그 부피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히 큰 용기에 넣어두지 않아 다 넘쳐 흘렀다. 또 한번은 반죽이 뻑뻑해 보여 물을 좀 더 넣었더니 너무 흘러내리는 질감으로 변해 모양 잡기 어려워진 적도 있다. 심지어는 스타터를 약간이라도 남겨두어야 다음에 또 쓸 수 있는데, 깜박 잊고 반죽에 전부 넣어버려 스타터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기포가 빵빵하게 들어간 스타일로 만들고 싶은데 번번이 내가 만드는 사워도우는 단면이 빽빽한 편이었다. 100% 맘에 드는 사워도우를 만들기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사워도우는 갓 구워서 따끈따끈할 때가 가장 맛있다. 그래서 가급적 굽는 타이밍을 아침에 맞추려고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도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오븐을 예열해 구워낸 사워도우는 남부럽지 않은 맛이다. 그냥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남편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 발사믹식초를 섞어 푹 찍어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 나는 새콤한 썬드라이토마토페스토를 발라먹는 걸 선호한다. 버터나 잼, 땅콩버터를 발라먹는 사람도 있을 테고 사실 뭐든 얹어 먹을 수 있다. 얇게 썰어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한 접시에 곁들여 먹기도 했다. 우리나라 식사에서 밥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서양에서는 식사빵 - 사워도우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왼쪽은 백밀가루만 사용했을 때 이스트 활성화가 잘 되어 거미줄 모양처럼 도우가 변한 모습이다. 오른쪽은 통밀을 섞어주어서 그런지 활성화가 예상보다 더디고 잘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매번 할 때마다 상태가 다르고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던 참에 내가 사워도우에 관심 있는 걸 알고 친구가 집에 있는 책을 빌려주었다.


<Do Sourdough>

Slow bread for busy lives (Andrew Whitley)


생각에서는 사워도우 스타터를 만드는 데 뭔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들어가는 건 고작 밀가루와 물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워도우를 만드는 과정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화해서 일상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자며 이야기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기농이 아닌 밀가루에 살아있는 효모가 남아있을 리 없다.

새로운 스타터는 백밀가루가 아닌 호밀가루를 활용해 만들어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방법은 나흘간 매일같이 밀가루와 물을 1:1로 섞어주고 매일 같은 양을 추가해 주면서 섞어주면 된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효모가 죽어버리고 물이 너무 차면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35도 정도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온도계가 없다면 35도가 딱 안되더라도 적당히 미지근한 물을 넣어주면 되는데 그럼 반응이 더 느릴 수 있다. 그러니까 결국 스타터는 빵 반죽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리 효모를 깨워둔 반죽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밀 스타터 만들기에 실패했다. 첫날은 따듯한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무리하게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두었다가 내부 온도가 50도 넘게 치솟아버렸다. 아마 효모들이 다 죽었을 거다. 둘째, 셋째 날은 밀가루와 물을 첨가해 줘도 반응이 없더니만 넷째 날 갑자기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더니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내부 온도가 과하게 올라가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서 잘 만들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여러 세대를 거듭한 스타터는 그만큼 발효하는 힘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5년이고 10년이고 함께할 스타터를 만들 거다. 죽지 않는 불사조 스타터! 만들어서 잘 키워서 주변에도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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