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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Dec 01. 2023

요거트, 메이커 없이도 만들 수 있어?

유산균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제조법

막상 발효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결심하니, 요거트 메이커 같은 온도유지를 위한 전용 가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장비가 없는 사람은 만들 수 없는 레시피가 되어버린다. 마음을 고쳐먹고 요거트 메이커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유산균이 살아있는 품질 좋은 요거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거다. 근처 유기농 매장에서 'live natural yogurt'라는 요거트와 'Gramham's gold smooth'라는 저지우유를 구매했다.


- 레시피 : 우유 500ml, 요거트 4큰술

- 준비물 : 식품용 온도계

먼저 500ml의 우유를 80도가 될 때까지 데워준다. 이렇게 한 김 살짝 끓여 식혀주면 좀 더 단단한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열탕소독한 공병에다가 담은 뒤 40도 아래로 식을 때까지 기다려줬다가 요거트 4큰술을 넣어준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 40도 정도면 만졌을 때 열감이 거의 없어 계속 손을 데고 있을 수 있는 정도로 미지근한 수준이다. 온도계 없이도 감으로 타이밍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잘못하다가 아직 우유가 40도 넘은 상태에서 요거트를 넣어버리면 유산균들이 죽어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상온이 아닌 40도 아래에서 섞어줬기 때문에 유산균들이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겨울에는 상온이 10도 아래이기 때문에 그냥 두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어서 끓였다 식히기 단계를 하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현재 온도를 2-4시간 정도는 유지해 주는 게 좋다. 전기장판이 있어서 면가방에 넣어서 이불을 덮어두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수건에 감싸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두거나, 최저온도로 설정하고 꺼둔 오븐에 넣어두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든 집에서 가장 따듯한 곳에 모셔두는 게 포인트.

요거트 메이커 없이 요거트 만들기는 처음이라 혹여나 온도가 너무 높아 유산균이 죽어버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도 자는 동안 상온에서 8시간 정도 추가로 방치해 두니 생각보다 단단하게 요거트가 만들어졌다.

좀 더 꾸덕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면포에다 1시간 정도 유청을 걸러주었다. 그릭요거트 스타일로 아주 눅진하게 만들려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홈메이드 요거트 2병 완성! 환경을 조성해 주고 기다려주니 유산균들이 제 할 일을 다 했다.

마음에 드는 점도를 가진 고소한 맛의 요거트가 생겼다. 신기한 점이 스타터로 사용한 오리지널 요거트와는 또 다른 맛이라는 거다. 우리가 만든 건 산도, 신 맛이 좀 덜 했다. 신맛을 더 원한다면 상온 방치를 더 오래 하면 된다. 남편은 이 정도 맛이 딱 좋다며 엄지척 들었다. 다음부터는 이걸 조금 남겨서 우유만 추가하면 또 재생산할 수 있다. 깜박하고 남겨놓지 않고 다 먹어버리지 않는다면 이론상 요거트는 무한생산 가능다.


활용법

직접 만든 라즈베리 청을 올려서 아침식사에 곁들였다. 자주 해 먹는 인도커리에도 얹어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팬케이크 위에 얹어 먹으면 새콤달콤해서 별미다. 영국 사람들은 보통 메이플시럽+베이컨이나 레몬즙+설탕 조합으로 팬케이크를 먹는다. 라즈베리 청을 팬케이크 토핑으로 시도해 본 건 아마도 우리가 처음일지도 모른다. 항상 똑같은 레시피로만 요리해 먹는 건 재미없으니까, 이렇게 변주를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거트에서 걸러낸 유청은 래디쉬를 발효하는 데 사용했다. 버리는 것 없이 다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발효음식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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