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Jan 27. 2024
루틴이 깨진 지난 몇 주
일상을 채워가는 루틴의 중요성
고등학생 시절, 나에게는 루틴이 하나 있었다.
남들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등교해 내가 정해놓은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미리 5분 정도 그 과목에서 배울 것을 훑어보며, 필통에서 필기할 펜을 골라놓는,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내 나름의 루틴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활달한 성격의 짝꿍으로 바뀌면서, 나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수업시간에도 자꾸 말을 걸면서 같이 시시덕거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만의 루틴이 깨져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그 루틴을 회복하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음을 기억한다.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 것은 최근 몇 주간 내 루틴이 깨졌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일찍 기상해서 미리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 사무실에도 조금 일찍 도착해 그날 해야 할 일을 챙겼다. 또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밤에는 아들 숙제를 봐주거나 책을 읽는, 그런 일상의 루틴을 지켜왔었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은 그간의 루틴이 좀 지겹기도 하고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어, 내 마음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시간을 보냈었다.
정해진 계획 없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들도 실컷 보고(숏츠가 그렇게 재밌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밤에는 좋아하는 와인도 매일 1~2잔씩 꼬박꼬박 마시는 등, 나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니 와이프나 아들과의 대화 시간도 확 줄어들었다. 잠도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그냥 쿨쿨 잤고.
그러다 보니 분명 그 순간에는 평소보다 기분이 더 좋았지만, 알게 모르게 짜증과 불안이 쌓여갔다. 뭔가 하지 않은 숙제들이 잔뜩 쌓여 있는 느낌에 부담감만 늘어갔고, 아침에도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다 보니,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도 더 부산스러웠다. 일상이 혼란스러워져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일상의 시간이 정돈되어 있어야 생각이나 느낀 점도 생길 터인데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살아가다 보니 그 순간에만 충실해질 뿐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꾸준함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깨는 건 한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주말 오후, 지난 몇 주의 시간을 돌아보며, 이전의 루틴을 기억해 본다. 그리고 반복된 루틴을 회복하기 위해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져본다.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단단하게 나를 잡아주는 삶의 루틴이야말로 일상을 안정되고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
반복된 일상에 충실하면서, 뺄 건 빼고 새로 넣을 것은 넣어가며 나에게 맞는 긍정적인 루틴을 찾아가는 일련의 시간이 분명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으며, 1월 어느 주말의 밤을 나의 부끄러운 반성과 함께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