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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Jul 11. 2024

너무 상이한 고객 반응? '집단 기억'으로 해석하라

재방문율이 높은 어머니 가게에서 일하면서 드물지만 다음과 같은 반응들을 침묵으로 일관하는 손님들을 통해 확인하곤 합니다.


- 곱창 맛과 구성이 기대와 많이 다르다?!

- 볶음밥이 짜도 너무 짜다?!

- 밑반찬이 평생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다?!


이러한 반응들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일반적인 고객 반응들과는 다르게 극단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이기에 본사에서 깔끔하게 정리해 포장되어 배송되는 곱창은 곱이 많고, 주변에 붙은 기름이 제거되어 깔끔하며 맛있다는 평을 주로 듣습니다. 그래서 매장 오픈 한 달 만에도 3, 4번씩 재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곱창 맛이 없다거나 볶음밥이 과하게 짜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거나 오랜만에 십수 년 전 먹은 곱창을 떠올리며 방문하신 분들, 또는 남쪽 지역 출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관찰 결과임을 밝힙니다)


한우 곱창의 생산량과 가격 변화에 맞춰 변한 현재 테이블 당 제공되는 한상의 모습에 대해 낯설어하시는 어르신들은 '왜 야채가 이것저것 채워져 있냐', '곱창 만으로 철판 전체를 채워주는 거 아니었냐' 등의 반응을 보이십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손님들은 '파김치'와 '양파 장아찌' 등의 밑반찬이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맛이라며 따로 돈을 내고 포장해 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처럼 일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반응을 확인할 때, 저는 ‘집단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집단 기억'의 개념과 예시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모리스 할브왁스(Maurice Halbwachs)가 그의 저서 "La Mémoire collective" (1950)에서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개념입니다. 할브왁스는 개인의 기억이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우리의 기억은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 집단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이 단순히 개인적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공통된 사회적 경험의 일부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서 독립기념일이나 전쟁 기념일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집단 기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기념일은 그 사회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반영하며,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승됩니다. 또한, 특정 문화나 전통에서의 중요한 의식이나 관습도 집단 기억의 한 형태입니다.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은 가족과 조상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전승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같은 사회적 운동은 집단 기억을 통해 그 중요성과 의미를 유지하며, 후속 세대에 영향을 미쳐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기억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에서의 집단 기억 활용


기업 활동에서도 이러한 고객 피드백과 실제 경험 간의 불일치, 연령대별 또는 그룹별 기대와 만족도에서의 차이,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파악하는 데 ‘집단 기억’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루 또는 에이즈 환자의 치료 과정과 이후 일상을 현장 조사한 컨설팅 회사 ReD의 팀은 환자들이 병으로 인해 낮아진 삶의 기대치로 인해 현재 안정적으로 치료 중인 상태를 이전의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과 비교해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표현함을 발견했습니다. 


당연하듯 건강하게 지내는 다른 이들과의 삶과 비교했을 때 삶의 질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편하고 불안한 경험을 하고 있음에도 그 이전의 더 어려운 상황과의 비교에서 확인되는 '감사함'으로 인해 의료진과의 대화 시 충분한 실제 경험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 순간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피드백을 그대로 믿고 판단해야 하는 의료진에게는 이 ‘집단 기억’으로 인해 제한된 환자 피드백과 실제 경험 간의 불일치를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경험이나 혁신을 수용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집단 기억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즉, 집단 기억은 기업이 고객의 현재 경험을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하게 하거나 고객이 자신의 현재 경험을 과거의 기준과 비교해 실제 니즈나 불만족을 표현 또는 파악하지 못하게 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상이한 반응들이 확인될 때, 그저 특이한 경우로만 단순화하거나 작은 의미로 정의 내리기보다는 ‘집단 기억’에 가려진 기회는 아닌지 질문을 던져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단 기억'을 존중하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고객을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옛날 급식이 더 맛있었다, 예전에는 버스가 더 자주 다녔다, 옛날에는 사계절이 뚜렷했다 등의 반응은 과거 경험에 대한 향수, 추억, 미화된 기억이 현재 경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단서가 됩니다.


따라서 고유한 집단 기억을 가진 타겟 커뮤니티를 획일화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획일화된 가치 제안이 타당한지, 서비스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어떤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지표를 정의할 기회를 찾을 때,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으로 개선되며 고객과의 전반적 관계가 깊어질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저희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프랜차이즈 본사 이야기로 돌아오면, 해당 팀의 임원분들은 지난 10년간의 경험 속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맛있고 타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곱창구이, 볶음밥, 밑반찬 레시피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리해 냈다 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를 기준으로 특정 집단 기억을 가진 고객층을 깊게 이해하고 개선된 서비스와 제품을 제안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일부 고객의 불만족이 각 개인의 경험이 아닌 사회적으로 전승되고 구성된 경험일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진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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