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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Oct 01. 2019

체력은 곧 의욕이다

내 몸뚱아리야, 잘 지내보자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는 이유는 살을 빼거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이지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만큼 일상 속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육아, 집안일, 공부 등..)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력증진, 아니 체력 '유지'라도 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다보니, 운동은 곧 삶의 '의욕'과 연결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운동을 열심히 할 때는 의욕도 충만하다. 그리고 이 의욕은, 너무 당연하지만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렇게 의욕이 떨어지다 보면 또 운동이 하기 싫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버리게 된다. 그걸 몇번이고 겪어보았기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고 귀찮아도 꾸역꾸역 운동을 하러 간다.


나는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이지만 근력이 거의 없고, 유연성이 부족하며,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붙지 않는 전형적인 '마른 비만' 타입이다. 뼈대도 가늘어서 의사선생님 피셜, '나이들면 골다공증으로 고생하기 딱 좋은' 타입이라고 한다. 잘 먹고, 뼈대를 잘 받쳐줄 근력 운동이 필수라고 했다.


지금까지 했었던, 그리고 누구나 한번 쯤은 해보았을 법한 운동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헬스 PT : 개인적으로는 다이어트나 체력 증진 목적일 때, 그리고 기초체력이 아직 빵빵하게(!) 남아있을 때 시작하면 좋은 운동인 것 같다. 기본 체력이 너무 없을 때는 헬스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잘 맞는 트레이너를 만나서 그때 받았던 PT 덕분에 운동 자세도 잘 잡혔고 근력 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 사고가 많이 바뀌게 되었다. 비용은 좀 부담되지만 근력 운동을 전혀 안해본 경우, 근력 운동의 즐거움(?)을 전혀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 한 10회 정도만 받아보아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기가 현실적으로 참 어렵다. 어떤 헬스클럽의 경우, PT 영업이 너무 심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든 적도 있었다.


2. 요가 : 나도 거북목과 어깨통증, 뻣뻣한 몸 때문에 요가를 꽤 오래 다녔다. 개운하고 자세도 많이 교정되었지만, 운동량 측면에서는 헬스보다 덜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요가 다닐 때는 따로 걷기 운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요가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하고 선생님의 페이스를 따라가야 해서, 혼자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 페이스대로 운동하고 싶은 나의 스타일과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집에서 매트 깔아놓고 혼자 하는 편이다.


3. 필라테스: 오랫동안 고질병이었던 어깨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재활 치료차 다녔는데, 필라테스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1:1로 받아보았는데, 비용이 비싼 것만 빼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 아닌가 싶다. 돈만 있으면 계속 하고싶은 운동... ㅎㅎ 근력운동도 되면서 자세도 교정되고,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과 비싸다는 것. 그리고 필라테스 역시, 선생님을 잘 만나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4. 수영: 나의 경우 6살 때 수영을 배웠기 때문에, 아주 익숙하고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수영은 사실 운동이라기 보다는 기분전환을 위해 가끔 간다. 수영장 소독약 냄새만 맡아도 어렸을 때가 떠오르고, 물 속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혼자 한동안 수영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다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단점이라면 수영 전후에 들여야 하는 시간 소모가 크다는 것. 수영장까지 가야 하고, 샤워하고 머리감고 오면 거의 3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바쁠 때는 거의 못하게 된다.


5. 달리기: 결혼 전 혼자 살 때, 한강으로 종종 달리기를 하러 갔었다. 날씨만 좋다면 최고의 운동이 아닌가 싶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머리 속이 복잡할 때, 항상 운동화만 신고 나가서 실컷 달리고 오면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혼자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산책, 걷기, 달리기 만큼 좋은 운동이 있을까 싶다.



나처럼 움직이기 귀찮아 하고 게으른 사람일수록 운동은 일단, 내 주거지(집이나 회사, 학교) 근처에 있어서 아무때나 갈 수 있어야 하고, 내 성향과 맞아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젊을 때는 누구나 바쁘니까 역시 헬스클럽이 제일 만만하다. 헬스의 단점은 역시 지루함인데, 너무 바쁘고 체력이 부족해서 몇번 아파보고 나면, 지루하고 어쩌고 할 여유조차 없다. 그냥 밥먹듯이, 밥먹고 약 챙겨먹듯이, 일상적으로 해야하는 것이 운동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산소 운동에 집중했던 예전과는 달리 근력운동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력의 소중함은 나이들면서 점점 더 절실해진다. ㅎㅎ


운동을 한동안 못가면 몸이 자꾸 내게 신호를 보낸다. 목과 등, 어깨에서는 통증이 시작되고, 다리는 순환이 안되어 뭉쳐있다. 온 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인데, 러닝머신에서 20분 정도만 빨리 걸어도 온몸이 다시 순환을 시작하면서 개운해진다. 몸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단련이 된다. 단순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


인간도 동물에 불과하고, 우리가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우리의 정신도 사실은 '몸뚱아리'에 지배받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운동을 하면서 새삼 되새긴다. 자신감도, 의욕도, 기본적으로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


운동을 하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어진다. 땀 흘려 몸을 움직이고나면, 우리는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그 순간만큼은, 부정적이 될래야 될 수가 없다. 운동이야말로 나 자신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애정의 표현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그 사랑을 자꾸 표현할 필요가 있듯이,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몸을 잘 살펴봐주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햇빛을 쐬면서 걷고, 글을 쓰고, 좋은 음악을 듣고... 그런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우리는 그런 소소한 행복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열심히 운동하고 나서, 다음날 근육통으로 약간 몸이 뻐근한 느낌이 들면 참 뿌듯하다. 운동은 공부의 원리와 똑같다. 자주 노출시키고, 익숙해지고, 단련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지름길도 없고 비법도 없다. 나아지기 위해 일정량의 고통과 시간의 누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도 똑같다. 그저 성실하게 매일 조금씩 하는 것만이 진짜 내 근육이 되고, 내 머리 속에 남는다.


왜 고통과 재미는 양면의 동전처럼, 항상 함께 붙어있는 것일까? No pain, no gain, 은 정말 진리이다. 그런데 그 고통 속에서 우리는 '진짜' 재미도 함께 느낀다. 너무 쉽게 얻어지는 것은 큰 재미와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땀흘려서 힘들게 얻어야 소중해지고, 그 과정에서 진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운동은 그런 속성을 단기간에 파악하게 해준다. 처음에는 운동이 싫어서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운동을 해보려던 나도, 이젠 아무 생각없이, 당연하게 운동을 간다.


일단 습관이 되어버리고 나면 좀 힘이 덜 든다. 출산 후 기초체력이 너무 크게 떨어져있을 때에는, 잠깐 산책만 나가도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웠다. 러닝머신 15분만 걸어도 숨이 차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10분만, 15분만 더, 이런 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다 보니, 어느새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려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래오래 하려면, 내 몸뚱아리와 잘 지내야 하는게 첫번째이다. 그래서 운동을 한다. 바빠서 잊고 지냈던 내 몸에게 안부인사를 하는 시간인 것이다. 내 몸뚱아리야, 부디 잘 버텨주렴, 난 하고싶은게 아직 너무 많아, 앞으로 오래오래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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