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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Oct 16. 2024

7. 뚝! 그만 울어!

기다림의 미학

아들이 6세일 때 어린이집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들 : 어린이집 가기 싫어(울먹)

아빠 : 그래? 왜 가기 싫어?

아들 : 지금은 헤어지기가 힘들어.. (울음)

아빠 : ○○아 지금 안 들어가도 돼 지금 들어가기가 많이 힘들다면 아빠가 같이 기다려줄게.

아들 : 기다릴래. 기다리면 내가 마음이 괜찮아질 것 같아.


그렇게 우리는 2시간을 기다렸고 아이는 혼자서 울다가 가만히 생각도 하며 어린이집 앞에서 나와 함께 기다렸다.


이 일로 어린이집 원장님 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께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일로 남았다. 그저 기다려주는 것뿐이었는데도.


첫째는 어려서부터 낯을 많이 가렸다. 아니, 겁이 많았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여 등원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웃으면서 어린이집으로 뛰어들어가고 밤마다 내일 어린이집에서 할 놀이들을 고대하며 잠을 자는 현재의 첫째를 보면 상상도 못 할 모습이다.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단 2시간의 기다림이었다.


육아는 90% 이상이 기다림이라고 판단된다. 커가는 아이는 미숙하다. 따라서 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잠을 자는 것 까지도.


수면교육이라는 것이 있다.(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은 모두 아시겠지만) 예전에는 무작정 안아서 재우던 아기들을 이제는 스스로 질 높은 수면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서 수면법을 훈련시킨다. 수면교육 방법은 수 없이 많으나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아이의 수면에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잠을 잘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육아법도 트렌드가 있는 것일까? 요즘 육아는 아이의 자기 주도를 중시하고 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의 기다림’이다. 나는 인문육아답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다. 도대체 왜 수많은 육아법이 기다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지난 글에서 나는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사유를 한다. 이러한 사유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의 ‘감정’에 대한 자각이라고 생각된다.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본인의 감정을 자세히 관찰한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본인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운다.


김상운의 왓칭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그 감정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우정숙의 내 아이를 위한 500권 육아 공부에서 내 느낌을 정확하게 자각하는 것(느낌에 이름 붙이기)을 통해 비폭력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이는 우리가 기다려주는 동안 본인의 감정을 추스른다. 본인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본인의 감정을 정리하면서 그 감정의 원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정한다.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 감정을 해결하고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는 것이다.



버지니아 사티어의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에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가 울거나 떼쓸 때 그 이유를, 그 감정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울지 마. 뚝!"


또는


"울면 도깨비 아저씨(경찰아저씨)가 잡아간다!"


라고 하며 감정의 표현을 억압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자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알아가고 그 감정에 대한 대처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어떤 힘든 감정 속에서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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