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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Nov 22. 2024

18. 인성을 가르칠 수 있는가?

인성 바른 아이

어느 날 딸이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딸 : 아빠! 거짓말하면 이가 빠져? 그리고 이가 안 자라?
아빠 : 오 그래? 그런 게 있어? 그건 어디서 봤어?
딸 : 여기 책에 있었어.

어제 잠자기 전 엄마와 함께 읽은 책에 나온 내용이었다. 책 속 원숭이가 거짓말을 하여 이가 빠지게 되었다. 이가 빠진 원숭이를 보고 원숭이 엄마는 '거짓말을 하면 이가 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결국 원숭이는 거짓말을 모두 사과하고 새 이를 받았다.

나는 이런 방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뭘까? 일차적인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 하지만 깊게 생각해 보자.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고 왜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자신의 이가 빠질까 봐 무서워서가 아닐까. 이야기엔 거짓말의 수많은 피해(?) 동물들이 많았다. 원숭이는 '자신의 이익(이가 다시 자라는 것)'을 위해 사과했다. 이게 옳은 행위인가? 인성동화라고 당당하게 적혀있는 이 책은 과연 인성동화인가?


거짓말을 하면 '이가 다시 자라지 않을 거야!' 라며 거짓말을 하는 엄마.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 사과를 하는 아들. 딸이 읽은 인성동화책은 모순이 가득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준이 있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고 말하고 판단한다. 내 기준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순 없다. 서로의 우주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서로가 믿는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버지니아 사티어의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에서 우리가 하는 말 안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다. "잘 지냈니?"라는 말에 "별일 없었어"라고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같은 말도 누군가에겐 '너랑 이야기하기 싫어', 누군가에겐 '난 행복하게 살고 있어'로 느껴진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서 상대를 해석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라는 것은 허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여 마음 가는 대로 아이를 키우면 되는가? 아이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아이의 가치관을 존중해 주면 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아이의 바른 인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한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인성은 행동 교정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다.


카프카의 '학술원에의 보고'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원숭이가 나온다. 자유를 얻기 위해 혐오하는 인간들을 모방한다. 그리고 스승이 화를 내지 않는 존재라고 칭찬하며 가끔 타고 있는 파이프를 살가죽에 갖다 댈 뿐이라고 한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윤리를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방한다. 그것이 자유를 추구하는 자신의 무거운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인성도 마찬가지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모방하면 카프카가 말한 원숭이처럼 착각을 하게 된다. '사랑'이 없으면 잘못된 행동을 옳다고 믿는다. 특정한 그룹에 들기 위해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필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보편적인 윤리 행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위한 행동도 독이 될 수 있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에서 타인에게 호의를 베푼 인물이 나온다. 그녀는 '감사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질식시켜요.'라고 하였다. 선행을 받는 사람은 감사하던 마음에서 부담이 나온다. 그 부담감이 복종에 대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베푸는 사람 또한 선행이 '도덕적인 허영심은 아닌가? 자기 과시와 자기애의 도구인 관대함이 아닌가?' 라며 고심한다. 아이들에게 쉽게 '남에게 베풀어라!'라고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랑'에 기반을 두고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베푸는 것은 옳은 것이야.' '양보는 옳은 것이야.' '거짓말은 나쁜 것이야.' 같은 조언은 문화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행동의 기준이 되는 기본적인 내적 가치관을 '사랑'에 맞춰야 한다. 그것이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인성 바른 아이로 크기 위한 유일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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