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예고한 바와 같이 아이에게 내적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반복적으로 승품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긴 하지만 아들이 노력하여 성취한 것 중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되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 같다. 이번 일화는 아들의 승품심사 이후 이야기다.
아들 : 아빠! 오늘 새로운 띠 받았어!
아빠 : 오 그래? OO이가 노력해서 얻은 거니까 아빠도 칭찬해주고 싶네! 그래서 아빠가 생각했던 게 있는데~ '무한데이'를 가져보면 어때?
아들 : 무한데이가 뭔데?
아빠 : 태블릿, 게임 무제한 하는 거야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무한으로
아들 : 좋아!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태블릿을 보기 시작해서 점심때까지 쉬지 않고 시청했다.
아들 : 아빠.. 이제 볼 게 없는데.. 눈도 너무 아파 잠 와..
아빠 : 그래? 더 봐도 되는데 오늘 일한이가 허락받은 무한데이니까!
아들 : 눈이 너무 아파 이제 안 볼래
아들은 충혈된 눈과 함께 태블릿을 스스로 닫았다. 점심 이후의 시간은 종이 접기와 책 읽기로 보내고 저녁에 가족들과 영화 시청을 하곤 잠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일이 있은 이후 아이는 태블릿을 오래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아들 : 태블릿을 하니까 시간도 너무 빨리 사라지고.. 눈이 너무 아파..
라면서.
첫 번째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정적 내적동기를 만들어서 지도하는 방법이다. '무한데이'가 없었다면 언젠가 나는 태블릿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태블릿을 너무 오래 보면 시간도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고, 눈이 너무 아플 거야.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떻겠니?"
아이는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안 아픈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는 조르바 만의 '어떤 일을 끝장을 보는 방법'이 등장한다. 바로, 토할 때까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다. 이후 몇 번에 걸쳐서 이 방법을 언급하곤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이 방법이 좋겠다!라고 생각하여 의도적으로 '무한데이'를 만든 것은 아니다.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결국엔 '토할 때까지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는 미디어를 스스로 조절하는 아이가 되었다.(되어버렸다.라고 하는 게 옳을까?)
이 예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부정적 내적 동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아이에게 원하는 대로 실컷 한번 해보라고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부정적 내적 동기를 형성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을 넘어서 '백견이 불여일행'으로 직접 부정적 결과를 경험해 보고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는 것. 외부적 자극 없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이다.
이제 긍정적 내적동기를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Flow)'에서는 긍정적 내적 동기를 형성하는 법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위험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 등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몰입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떠한 연유로 그러한 몰입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해 준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워서 노력을 통한 성취를 할 수 있는 것이 계속해서 주어진다면 사람은 그 일에 몰입을 하고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일을 하면서도 일부러 어려운 일에 도전하거나 반복되는 일이라도 시간을 단축시켜 보려 노력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서 일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이 이론에 입각하여 아이에게 몰입을 위한 성취를 계속해서 주어지게 하는 방법이 좋다. 예를 들어 건조된 빨래 중 양말의 짝을 맞추는 놀이, 밥을 먹고 식탁을 닦는 행위, 책을 정리하는 행위 등 (아이들과 함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수많은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으니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을 함에 있어서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올리고 성취하고 난이도를 올리고 성취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은 집안일 완료 시간을 점점 단축시키는 도전을 게임처럼 해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집안일을 하는 기적을 맛볼 것이다.
환경. 많은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사항이라 하나하나 언급하기도 다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육아, 역사, 인문학 등의 서적에서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내적 동기 형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환경을 조성하여 아이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은근하게 형성하는 행위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아이의 무의식을 환경으로 조종하여 우리가 지도하고 싶은 방향을 아이의 하고 싶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 이 글을 통해 부모들이 위와 같은 환경 형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형성된 환경에 영향을 받은 아이가 올바른 길로 스스로 걸어갈 수 있게 지도하는 '내적 동기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