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허상
모든 부모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키, 몸무게, 시력 등 대략적인 발달 상황을 점검한다. 정신적, 지능적 발달 상황도 꼼꼼히 검진한다. 특히, 평균적인 발달과정과 우리 아이의 발달과정을 백분위로 비교하여 표기한 그래프는 부모의 주요 관심사다. 누군가에겐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이날이 나는 두려웠다.
의사 : 아이가 많이 작네요. 몸무게도 평균 이하입니다. 많이 먹여야 할 것 같아요.
아빠 : 집에서 밥을 적게 먹는 편은 아닌데 항상 이렇네요.
의사 : 밥뿐만 아니라 빵, 면, 뭐든지 다 먹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평균 이하라서요.
아빠 : 네 알겠습니다.
이런 대화가 매 검진 때마다 반복되었다. 나는 죄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가장 신기한 것은 아이들 조부모님의 촉이다. 검진 날짜를 체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 될 정도로 검진을 할 때마다 "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라는 질문을 하신다. 나는 ”네, 잘 크고 있어요. “라는 말로 얼버부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왜 우리 아이들은 평균적인지 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