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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Jul 30. 2022

단상 23 여름과 꼬리뼈

1.

일만 만에 느낄 감을 쓰는 만감은 교차한다는 말과 자주 엮인다. 이를 두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의 수가 셀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을 미루어보자면 한 번쯤은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게 삶인가, 그런데 왜 많은 걸 느낄수록 생이 어지러워지는가, 의문이 든다.      


2.

우리 척추의 끝단에는 꼬리뼈가 붙어있다. 흔적만 남았다는 이유로 구설의 대상에 오르지 않는 뼈. 이제는 제구실을 잃었다는 구조물. 그러나 한 정형외과 원장은 꼬리뼈를 두고 인대와 근육의 연결부위로써 주요 지지대와 균형추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변론한 바 있다. 그것이 상하면 앉는 일조차 버거워 누워있어야 한다고, 삶의 질이 잔혹할 정도로 깎여버린다고, 그는 강조했다.      


3.

고백하자면 나는 지난 삼칠일 간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울을 한껏 훔쳤다. 비교와 시기, 자책의 욕구가 지구부터 우주의 끝점을 잇는 일처럼 막막하게 늘어졌다. 그만큼의 사념들은 감히 내가 자제할 수 있을 만한 게 아니었던지라, 나는 틈틈이 누워 울거나, 통화 와중에 목울대가 막혔다는 핑계를 대고 끊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언젠가 그런 건 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힘들다는 말을 토로하려다 그 장면이 떠오르면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문장들은 소화되지 않은 채 썩었고, 나는 호흡이 가쁜 날을 더러 겪었다. 가끔은 기도를 타고 악취가 올라오는 것 같아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4.

어떤 의문은 꼬리를 물고 무언가를 발견하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시절을 하나 견뎌낸 것 같다. 그로 인해 바뀐 것이 몇 있지만, 무언가 자랐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낀다. 나는 넘어야만 하는 고개를 하나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을 덩달아한다.      


5.

죽음이 따라붙을 정도로 날카로운 대신 확신을 심는 것들이 있다. 의도를 가져야만 호흡할 수 있었던 여름을 나는 그것을 끌어다 설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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