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어느 황량한 시골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50년 째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고도’가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고도’가 오기로 약속한 장소가 어디인지도, 언제 올지도 모른다. 그저 하염없이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릴 뿐이다. 이 지독한 기다림에 넋이 나간 에스트라공은 이곳을 떠나자고 독촉한다. 그럴 때마다, 블라디미르는 담담히 말한다.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
@ 그럼에도 ‘고도’는 오지 않는다. 애타게 기다리건만, ‘고도’라는 자는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낙담에 빠진 이들은 죽음을 선택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간다. 이들에게 죽음마저도 쉽게 오지 않는 것이다.
@ 오도가도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며 허망에 빠진 이들에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온다. 고도의 전령인 한 소년이 찾아온 것이다. 소년은 말한다.
“고도는 오늘 못 오고, 내일 옵니다.”
이 희망에 기대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다시금 고도를 기다린다.
@ 사무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인간의 삶을 ‘기다림의 연속’이라 표현한다. 실로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게 자유일 수도, 사랑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됐든 우린 기다리며 살아간다. 종국에 가서는, 죽음마저 기다려야 한다.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야할까. 앞으로 채워야 할 삶의 여백은, 무엇을 기다리며 사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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