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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Nov 06. 2022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나쓰메 소세키 『그 후』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혹은 국가를 위해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순수한 직업 정신으로 일 그 자체를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인가.”


 당시 근대 일본 사회의 스테레오 타입이라 한다면, 모든 시민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그 후』는 얼핏 미츠요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두 남성이 벌이는 사랑 대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근대화를 주창하며 외발적 개화를 조장하던 일본 근대 시대에 비판을 가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 소설 속 ‘아버지’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무조건적 근면성실을 외치며, 국가에 무익한 이라면 식충이나 다름없는 존재라 여긴다. 때문에 변변한 직장 없이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근근이 생활해 가는 ‘다이스케’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흔히 가정 내에서 볼 수 있는 가부장주의의 표본이기보단, 저항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여겨진다. 다이스케에게 아버지는 육체적 생명을 전해주는 존재임은 물론, 아버지 자신이 살아온 시대정신을 전달하는 존재로도 여겨진다. 가히 아버지는 ‘시대’로 치환되고, 그 시대는 자식의 정신적 생명을 잉태하는 아버지로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시대의 자녀’라고 하는 것처럼, 시대는 이런 식으로 각 개인의 정신을 잉태하는 것일까.


 @ 다이스케에게 아버지로 상징되는 근대성이란 시대가 개인에게 가하는 정신적 폭력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진보, 개화, 국가주의 등은 당시 여러 젊은이들이 근대화란 기치 아래 추구하던 여러 가치들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스케는 그러한 가치들을 추구하는 것은 속이 빈 강정마냥 결코 개인 안에 내면화될 수 없는 행위로 여긴다. 마치 우상화된 가치 이면에 놓인 그림자를 따르는 것이랄까. 그래서 다이스케는 아버지의 여러 강권들 속에서도 – 대표적으로 혼사 문제 – 진정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캐물어가며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을 밀고 나가고자 한다.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가지게 된다.” 



다이스케는 계속해서 고민한다. ‘과연 개인은 자신이 태어난 시대가 설정해 놓은 목적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인가.’ 숱한 고민들 속에서, 다이스케는 인간 정신이 추구하는 고귀한 가치들 – 진정한 사랑, 행복 등 - 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자기 나름의 사명이라 여긴다. 


@ 이후 다이스케는 혼사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게 된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어떠한 재정적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짝사랑했던 미츠유 마저 건강상 문제로 만날 수 없게 된다. 소설 마지막 부분은 다이스케가 직장을 찾아 떠나는 장면으로 씁쓸히 마무리 된다. 다이스케 역시 현실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이 빵의 문제(먹고 사는 문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인간인 이상 빵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아니면 시대의 자녀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일까. 소설 제목이 『그 후』답게, 이후 다이스케의 삶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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