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들 정말 행복해지셨나요?
외할머니 집 근처 베스킨라빈스였다.
할머니 집에 갔다 마침 근처 사는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계획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어딘가 여유를 부릴 마땅한 장소가 필요했는데, 마침 베스킨라빈스가 눈에 띄었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과외를 하는 학생 두 명이 전부인, 늘 북적거리는 바로 옆의 스타벅스와는 다르게 소소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아이스크림을 시킬까 하다 간단히 디카페인 아아만 주문하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곧 한 커플이 따라 들어왔다.
나는 늘 무언가를 들고 다니는 편이라, 이렇게 시간이 비게 되면 글을 쓰거나 읽는다. 혹은 그런 것들을 하는 척 멍을 때리거나. 커피를 받아와 아이패드를 켜니 이따라 들어온 커플도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내 또래로 보였는데, 이 근처 동네주민으로 주말의 소소한 여유를 즐기러 나온 듯 보였다.
“휴대폰 하지 말라고 했더니 먼 산을 보고 있네… 나는 그저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
시간이 좀 흘렀을 즈음 갑자기 옆에서 여자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여자는 다시 말을 했다.
“여기가 밖이니까 먼 산이라도 보지, 집이었으면 그냥 눈을 감았겠지?”
그리고 남자는 또 대답이 없었다. 공허의 외침. 서운하지만 상대와 싸우기 싫어 귀엽게 말하려고 너무나 애쓴 말투.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여자는 공허를 채워보려는 듯,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며 헤헤 웃었다. 그제야 남자도 따라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에 제대로 된 대화가 어디 있는가?
최근에 본 유튜브에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싸우고 화해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일단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거리를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싸우지 않아서 이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를 모른다. 거리를 재는 능력을 잃어버리면, 아주 가까이 붙어 방어기제만 불러일으키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리서 말없이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효율’을 중요시하게 된 우리는 깊은 심연으로 조용히 잠수하는 후자의 방법을 더 선호하는 편인 것 같다.
덮어두고 가만히 두고 조용히 멀어지고… 그래서 다들 정말 행복해지셨나요? 나는 그저 묻고 싶을 뿐이다.
감정의 낭비처럼 보이는 갈등을 굳이 겪으려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나약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존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야 난 이 정도 관계에 충분해’ 혹은 ‘세상은 원래 그런 거니까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동안, 우리는 결국 서로에게서 더 멀어질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와 진심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니까.
그러니 다시 묻는다.
그래서 정말 행복해지셨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