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 6편
“토요일 아침은 꼭 같이 먹자.”
남편이 프러포즈할 때 한 말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토요일 아침은 고단한 평일을 살아낸 우리에게 달콤한 휴식이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사실상 일어나 보면 점심에 가까운 시간이긴 하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챙겨 먹는 밥은 너무 맛있다. 신도시에 살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리를 직접 해보게 되었다. 특히 초창기에는 생존 요리에 가까웠다. 간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메뉴로 시작해보았다.
첫 번째 메뉴는 팬케익이다. 팬케익 믹스를 활용하니 요리라고 할 건 없다. 그렇지만 노릇노릇 맛있어 보이는 연한 갈색의 표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너무 강한 불을 사용하면 금세 타버리기 때문에 약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한다. 이런 인내심은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에만 나올 수 있다.
두 번째 메뉴는 냉장고에 항상 있는 재료로 가능한 계란찜이다. 팬케익보다는 난이도가 약간 높다. 그렇지만 계란 몇 개로 훌륭한 메인 요리가 된다. 몽글몽글한 계란에 아삭아삭 씹히는 양파가 식사의 즐거움을 준다. 계란찜을 만들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불 조절이다. 내가 몇 번 태워먹었더니 남편이 계란 요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계란찜이 지겨울 때는 계란말이를 만든다.
세 번째 치트키 메뉴는 간장계란밥이다. 이것도 저것도 귀찮을 때는 이게 딱이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는 것을 제외하면 계란 프라이만 하면 된다. 에너지가 조금 더 있다면 계란 프라이를 만든 팬에 간장을 보글보글 조려서 밥에 흩뿌린다. 일명 간장 마이야르! 이게 지겨울 때는 가끔 특식으로 간장 대신 케첩을 넣는 케첩 계란밥을 해 먹는다.
후다닥 아침을 챙겨 먹고 여유롭게 주말을 시작해본다. 맑은 날이면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살을 즐길 수 있다. 부산스럽게 팔첩반상을 준비한 건 아닌데 먹고 나면 왜 이렇게 졸린지 모르겠다. 그래도 밥만 먹고 다시 잠들 수 있는 게 주말의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