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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구 Oct 29. 2022

얼큰이칼국수로 속풀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 5편

 내 남편의 고향은 대전이다. 벌써 결혼한 지 5년 차인 나는 대전에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노잼 도시이긴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특히 칼국수집이 많다. 바지락 칼국수, 멸치육수 칼국수도 있겠지만 단연 독보적인 것은 '공주 얼큰이칼국수'이다. 공주는 대전 옆에 있는 도시인데 얼큰이칼국수로 대전을 점령했다. 빨간 국물의 칼국수는 중독성이 엄청났다.


 나는 얼큰이칼국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강렬한 매운맛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먹으면 먹을수록 끝맛에 올라오는 감칠맛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보이는 것과 너무 다른 맛이 신선했다. 용암인 듯 붉은색의 국물은 고추장찌개처럼 걸쭉할 것 같았다. 그러나 먹어보니 맑고 가벼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 추측하기로는 고운 고춧가루로 알싸한 매운맛이 나게 한 것 같다. 맵기 정도는 가게마다 다른데 어떤 곳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맵다. 먹다 보면 화나다가 다 먹고 나면 사우나를 한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마성의 음식이다. 면은 굵지도 얇지도 않은 중간 두께이다. 과하게 쫄깃하지 않아서 저돌적인 국물과 잘 어우러진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 음식을 찾아볼 수 없는데 가장 가까운 곳이 편도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화가 많은 현대인으로서 자주 방문하고 있다. 왔다 갔다 하면 3시간인데도 말이다.


 남편은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침묵하는 편이다. 회사에서 어떤 부정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직설적으로 상대에게 이야기하기보다는 혼자 삭히는 타입이다. 그래서 그런지 괴로우면 얼큰이칼국수를 찾는다. 많이 쌓인 것들을 매운 칼국수를 먹으며 풀어내는 것 같다. 남편이 속풀이를 할 일이 아예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일이 없어질 수 없다면 잘 풀어냈으면 좋겠다. 요즘 나도 얼큰이칼국수를 찾는 순간이 많아졌다. 맛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나도 남편을 닮아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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