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행복이란
프랑스 코스요리를 파는 곳에 방문해보았다. 주말은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었다. 1인 주방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코스별로 요리가 나오는데 꽤 오래 걸린다. 그래서 식사 시간은 최소 2시간 정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곳에 갈 때는 같이 갈 사람을 잘 구해야 한다. 기나긴 2시간 동안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과 방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공간에 갇혀서 고문받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 시누이 언니와 셋이서 다녀왔다.
매주 메뉴가 변경되는 가게여서 여러 번 방문해볼 만하다. 내가 방문했을 때 메인 요리는 양갈비 구이였다. 그 외 플레이팅이 너무 예뻤던 정어리 자몽 샐러드와 마지막에 나온 사바랭이 기억에 남는다. ‘사바랭’은 럼주를 촉촉하게 적신 빵에 생크림과 과일 토핑을 한 프랑스 디저트이다. 엄청 달달하게 생겼는데 그렇게 달지 않아서 좋았다. 약간 씁쓸한 럼주의 맛이 느껴져서 느끼함이 전혀 없고 적절히 달콤한 맛이었다.
가게 안이 아담하고 소박한 편이다. 내 옆 테이블에서는 부모님과 아들 두 분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코스 앞부분은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바랭 디저트를 먹을 때쯤에야 옆 테이블의 대화가 조금씩 들렸다. 각 코스에 대한 짧은 감상을 공유하고 계셨다.
“지난달 스시 오마카세도 괜찮았는데 여기도 맛있네.“
“다음 달에 갈 곳도 이미 생각해놨지. 엄마, 기대해!”
아들 두 분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지만 한 달 동안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말하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지만 아들 분들은 독립해서 살고 계신 것 같았고, 이렇게 한 달에 한번 이벤트처럼 맛있는 가게를 방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딱 사바랭만큼 포근하고 달다구리한 가족이었다. 보기 좋은 모습에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건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은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난다. 밖에서 사 먹기도 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꼈던 여러 순간들을 글로 남겨 보았다. 이것은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