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커피.
오 사람.
오 사랑.
맛있는 커피를 머리 속에서 그릴 때 모카라떼나 카라멜 마끼아또를 떠올리는 사람에게 커피는 설렘일 것이다. 커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깊고 거칠게 느끼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른 아침 조깅을 하러 나가기 전 빈속에 좋은 원두를 사용한 에스프레소를 원샷할 것이다. 응원, 다짐, 열정으로써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도 커피를 향기와 분위기, 그리고 어떤 본질로 이해한다. 단순히 맛으로써 접근하지 않는다. 사람은 어떠한가. 누군가가 가진 능력이나 보여지는 성격, 외모 같은 것은 커피 레써피에 불과하다. 레써피에 따라 비엔나 커피, 플랫 화이트, 아이리쉬 커피로 변형되어 탄생한다. 레써피는 긴 세월 속에서 볼 때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본질은 재료다. 능력과 외모라는 레써피 뒤에 있는, 그 사람만이 주는 분위기가 잘 변하지 않는 그의 본질이다. 그 사람만이 가진 커피 아로마 같은 것, 그의 경험과 가치관, 신앙심, 꿈, 소망, 설렘, 고민, 갈망이 볶아져 나오는 향이 얼마나 깊고 독특하며 신선한가. 그게 그 사람의 오늘의 커피다. 거기서 그의 매력과 인격적인 실력,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 마시는, 산미와 감칠맛 넘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외롭고 우울한 날 마시는 높은 휘핑의 모카 프라푸치노처럼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베리에이션. 모두 즐거운 커피다. 하지만 추운 날 따뜻한 카페에 막 들어가서 금방 마시는 한잔의 진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를 어떤 커피가 대체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커피를 가장 진하게 즐길 수 있는 그 느낌이 좋다. 지구가 갖고 있는 본래의 맛, 토지와 바람, 비, 나무, 열매의 세월을 겪은 에스프레소 맛 만큼 살아있단 느낌을 주는 것도 드물다. 커피의 속성이란 것이 그렇다. 새로운 영양을 공급하는 음료라기보다, 내가 몸에 갖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음료라고 할 수 있다. 몸 속 뿐 아니라 정신을 그렇게 한다. 신체와, 그것과 연결된 생물학적 의식, 더 나아가 감성적인 기분까지 각성하고 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커피를 마시면 총체적인 안정을 느낀다. 한층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소중하다. 일상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삶의 순간이다. 일상은 삶 자체니까 말이다. 소중한 일상 속의 어느 시점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도 그토록 소중하다. 그럼 또 다시, 사람은 어떠한가. 난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나. 지치고 피곤해 있을 때 정말 가장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람이다.
사랑이다.
한 마디로 말해 그는, 사람 그 자체의 사람이다. 사람 그 자체의 속성을, 자연스러운 인간성을 가장 풍부하게 드러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본질적인 한잔의 에스프레소처럼 꾹꾹 누른 사람성으로 가득한 사람은 달달함보다 쉼을 준다. 시각과 미각을 흔드는 키 큰 베리에이션 커피처럼 너무 오래도록, 흥분되어 만나야 하는 수고를 요구하지도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상대를 사로잡지도 않는다. 대신 짧은 만남으로도 현실의 삶을 새롭게 각성시키고, 상대를 드러내주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인격의 향을 고요히 퍼트려 진한 여운을 남긴다.
베리에이션 커피와 같은 인격도 있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드립 커피 같은 인격도 있다. 베리에이션 커피처럼 영양과 에너지를 주는 사람도 좋지만, 에스프레소나 드립 커피처럼 사람성의 본질로써 담백하게 다가오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도록 그윽하게 함께 해주는 사람은 훨씬 더 드물고,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다. 커피를 느끼고, 기대하듯 사람을 느끼며,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는다.
필연적으로 인간성의 변질을 겪어야 했다.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운 시간이었다. 밀린 주문들 속에서 쫓기듯이 만든, 너무 달고 느끼한 베리에이션 음료가 되어 원두 본연의 맛은 온데간데 없어진 듯 사람성이 변해갔다. 수많은 프로모션과 이익의 유혹들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했다.
내 영혼의 시그니처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꾸미고 첨가되며 섞고 묽어지며 베리에이션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친 파도 위의 돛단배처럼 흔들리는 중에도, 나의 영혼 안에서 심고 기르고 재배하고 볶고 추출할 수 있는, 최상의 에스프레소 맛을 찾아 나가야 한다. 나만의 시그니처 에스프레소는 잃지 않아야 한다. 상쾌한 아침의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을 만나면 황홀하다. 즐거워지고, 정화되고, 정리되며, 위로받는다. 베리에이션 하거나 물을 너무 많이 섞어서 묽어진 사람이 아닌,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이고, 사람인. 그런 사람이 가장 깊고 진한 위로를 주고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이고, 나도 그처럼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다. 사랑이다. 설탕이 아니라. 베리에이션이 아니라. 결국 한 잔의 에스프레소다.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한 명의 사람이다.
#espresso_chant
#personality_ch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