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0

by 산들

또또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퇴근해서 또또와 산책을 하려고 나섰다. 또또는 우리 동네 차 정비 공장 앞에 묶여 사는 강아지로, 내가 어느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출근길에 마주쳤다. 소위 말하는 누렁이, 똥개였다. 1m도 채 되지 않는 듯한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길을 지나치는 자동차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좇으면서 힘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면서도 근처에서 날아오르는 참새를 보거나 나무 이파리가 자기 앞으로 떨어지면 신기해서 저도 모르게 꼬리를 살랑거리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애처로웠다.


회사에서 세금계산서 처리에 필요한 기한을 지키지 않은 직원에게 절차를 지켜달라고 말했다가, 계약직 나부랭이가 시키는 일이나 할 것이지 주제도 모르고 날뛴다며 폭언을 들은 날, 힘겨웠던 저녁 퇴근길에 만난 강아지는 여전히 힘이 없어 보였다. 마치 나처럼. 주인이 내놓고 키우는 듯해서 조심스럽게 공장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저씨에게 동네 주민인데 가끔 강아지한테 간식을 줘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시던지 하는 답을 들었다. 그날 집에 들어가서 인터넷으로 강아지 간식을 주문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구매 평점이 좋은 것들로만.


강아지는 나를 곧잘 따랐다. 종일 심심했는지 나를 보면 반가워서 날뛰었고, 입맛에 맞을까 몇 시간을 고심하던 나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간식이나 잘 먹었다. 눈이 처져 늘 울상이던 강아지는 조금만 쓰다듬어 주면 금세 웃는 순둥이였고, 안아달라 만져달라 애교를 부렸다. 나는 강아지 이름을 ‘또또’라고 붙였다. 강아지가 나를 보면 폴짝폴짝 뛰면서 ‘또 주세요, 또 안아주세요, 또 쓰다듬어주세요’ 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방치해 두는 것치곤 또또의 밥그릇에는 늘 사료가 담겨 있었고, 사료 상태는 나름대로 좋아 보여서 마음 한편으로 안심이 되었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내 일상에 또또가 들어오면서 나도 조금씩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달 심장사상충 약을 챙겨야지, 다음에는 강아지 우유를 먹여볼까, 날이 추워지면 옷을 사 입혀야겠다. 내가 어떤 생명을 조금은 보살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같이 산책을 하게 된 날, 두려워서 벌벌 떨다가 조금씩 나와 보폭을 맞춰 걷는 이 따뜻한 털 뭉치를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또또를 내가 키울 수 있었으면.. 하지만 또또와의 생활은 혼자 좁은 월세방에 사는 내가 감히 탐낼 수 있는 행복이 아니었다. 이렇게 잠시나마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그날은 공장의 불이 꺼져있었다. 오늘은 일찍 문을 닫았나 보네 하며 공장 입구를 눈으로 좇았는데 또또가 보이지 않았다. 날이 추워서 집 안에 들어갔나 싶어 가까이 가보니 또또가 묶여있던 사슬도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가 또또를 데리고 어딜 갔나? 하지만 할머니는 또또에게 사료만 줄 뿐 다른 건 전혀 챙기지 않았다. 산책을 갔을 리가 만무했다. 할머니가 집으로 데리고 갔을 것 같지도 않았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평소 또또와 산책을 다니던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목줄이 어쩌다 풀려서, 또또가 혼자 산책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또또는 똑똑하니까 나와 함께 걸었던 길로 갔을 거야.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공장 아저씨 연락처라도 받아둘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누구 또또를 본 사람은 없을까. 물어보기에는 동네 사람들은 또또에게 딱히 호의적이지 않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걷다 보니 큰길에 다다랐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늘 여기까지만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초조함에 또또가 몇 번 막무가내로 들어가려 했던, 그래서 고기도 몇 점 얻어먹은 적이 있던 고깃집이 문을 열고 사장님을 찾았다. 나를 보자마자 아이고 대체 어찌 된 거냐 하며 우는 표정으로 오히려 내게 묻는 사장님 모습에 세상 속의 시간의 흐름이 툭 끊겨버렸다.


또또는 대로를 건너다가 차에 치였다고 했다. 차 주인은 도로에 피를 흘리고 누운 또또를 보고는, 개가 멋대로 뛰어들어 죽었다며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또또를 담아서 쓰레기 장에 버렸다고 했다. 또또가 있는 곳으로 가보자는 고깃집 사장님을 따라나서서, 쓰레기봉투 더미 사이에서 또또를 찾았다. 흰 쓰레기봉투에 낡아빠진 인형처럼, 잔뜩 굳은 몸의 또또가 담겨있었다.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보송하던 털에 핏덩이가 뭉쳐 끈적했다. 낡은 목줄에도 피가 스며 있었지만 몸통이 차에 치인 것인지 얼굴은 깨끗했다. 간식을 주면 또또가 눈을 뜨지 않을까. 또또야, 언니 왔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우리 또또 산책하고 싶었구나. 꺽꺽대며 우느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우리 또또, 마음대로 뛰고 싶었구나. 언니가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 주저앉는 나를 사장님이 부축했다. 사장님은 내가 또또 주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아니라면 개 주인에게 알려야 하지 않냐 하길래 내일 내가 공장 할머니에게 말씀드리겠다 했다. 불쌍한 또또가 피투성이인 채로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동물 장례업체에 연락을 했고, 곧 업체가 도착해 또또를 데려갔다. 업체에서는 또또를 예쁘게 씻기고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회사에는 갑자기 몸살이 나 출근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공장을 찾아갔다. 할머니에게 또또가 어제 줄이 풀려서 밖으로 나갔다가 차에 치여 죽었다고 했다. 이 말을 하는 데는 눈물도 더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시장 사람들한테 들었다며, 그 개 팔아버리기로 했는데 멋대로 도망가서 죽었다며 짜증을 냈다. 화를 낼 기력도 없었다. 그러면 강아지 장례는 제가 해도 되겠냐며, 부탁드린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똥개가 무슨 장례냐며, 나한테 돈 달라는 소리만 안 하면 됐다 하고 공장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또또의 죽음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이파리만큼이나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 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또또는 화장을 하기로 했다. 나무관에 들어간 또또는 그저 조용히 잠든 모습이었다. 평소에 좋아했던 간식거리들을 꺼내 들었는데도 또또가 눈을 뜨지 않아서 정말로 또또가 떠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끝이 없이 밀려들어왔다. 더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낼걸, 이렇게 한 순간에 떠날 줄 알았으면 좋아하는 간식을 더 많이 줄 걸. 떠나는 날에는 얼굴도 못 보고 갔구나 하는 자책감의 바다에 잠식되어 숨이 막혔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내 손을 핥아줄 것 같은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또또의 머리맡에 쿠키랑 육포를 올려두었다. 또또야, 나중에 언니랑 다시 만나자. 그땐 산책도 더 멀리 가고, 언니랑 같이 살자.


2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 또또는 자그마한 항아리에 담겼다. 소중히 받아 든 항아리에는 묘하게 또또의 온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우리 또또 생각하면서 언니가 정말 열심히 살게. 묵직해진 가방의 무게를 느끼면서 주황빛 노을이 맺힌 하늘을 바라봤다.



*사진 출처: 매일경제 ‘펫 편한 세상’ 반려의 삶을 사는 법-‘1m의 삶’을 이야기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231800?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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