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나는 너를 만나러 간다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면
똑같이 손을 흔들어 보이는 너
산책을 하다 보면 너는
나를 마주 보며 걷기도 하고
나란히 발맞춰 걷기도 하며
걸음을 늦추어 내 뒤를 따라오기도 하지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으며
어떠한 심장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는 너
너는 왜 검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너는 왜 어둠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눈이 빛으로 가득해지고
빛이 부서져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어느덧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너는 너 자신을 증명한다
여러 빛깔의 집합체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듯
나에게서 빛나는 아름다운 모든 빛을 머금은
빛의 결정체
너와 내가 떨어질 수 없는 것도
어느 한쪽이 빛을 잃으면
다른 한쪽도 빛을 잃게 되는
너는 나 나는 너
서로를 마주하며 빛나는 우린
살아있는 한, 빛나는 존재라는 걸
오색 찬란한 빛을 지닌 영혼의 빛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