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속삭임 07화

그림자

by 문성희




오후 1시

나는 너를 만나러 간다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면

똑같이 손을 흔들어 보이는 너

산책을 하다 보면 너는

나를 마주 보며 걷기도 하고

나란히 발맞춰 걷기도 하며

걸음을 늦추어 내 뒤를 따라오기도 하지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으며

어떠한 심장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는 너

너는 왜 검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너는 왜 어둠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눈이 빛으로 가득해지고

빛이 부서져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어느덧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너는 너 자신을 증명한다

여러 빛깔의 집합체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듯

나에게서 빛나는 아름다운 모든 빛을 머금은

빛의 결정체

너와 내가 떨어질 수 없는 것도

어느 한쪽이 빛을 잃으면

다른 한쪽도 빛을 잃게 되는

너는 나 나는 너

서로를 마주하며 빛나는 우린

살아있는 한, 빛나는 존재라는 걸

오색 찬란한 빛을 지닌 영혼의 빛이라는 걸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6화겨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