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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아내 Dec 09. 2024

밝은 기운 전도사, 노란 소국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연예를 할 때도 꽃 선물보다는 필요한 것, 실용적인 선물 받기를 원했다. 축하의 자리에서 받은 꽃들은 언제나 처치곤란이었다. 화려함의 끝에 남겨진 쓸쓸한 모습이 싫었다. 끝까지 화려하게 기억되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마을을 산책하면서 알록달록한 빛깔의 꽃이 보이면 핸드폰을 꺼내 찍고 있다. 지금의 이 모습을, 한창 시절의 꽃을 담아두고 싶었다. 핸드폰 사진첩 속에 꽃 사진이 늘었다. 40대 후반을 향해가면서 달라진 것들 중 하나다.





산책하다가 만난 남의 집 담장 아래 피어 있던 노란 소국. 이름도 모르고 시선을 끄는 노란색에 이끌려 핸드폰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노란 소국이란 걸 알게 되었다. 꽃 이름은 이제 알았으니 이 아이의 꽃말은 뭘까. 궁금증이 생겼다.


노란 소국의 꽃말은 "밝은 마음, 즐거움". 감사, 기쁨, 희망이라는 상징도 있는 듯하다. 노란색의 밝고 따뜻한 이미지만큼 꽃말도 긍정적이다. 노란 소국은 가을이 깊어질수록 꽃잎이 풍성해져 가을의 꽃이라 알려져 있다. 따뜻한 땅끝 해남이라 가을의 끝자락, 초겨울인 12월 초에도 화사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회색빛 담장 아래 통통 튀는 노란 소국을 보고 있자니 추운 날씨에 움츠러든 내 마음마저 밝아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 집 둘째에게서 받는 느낌과 흡사하다.


귀농을 하기 전, 농사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귀농을 한 뒤에야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 힘든 농사일을 끝낸 하루의 끝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방전되기 직전의 몸을 이끌고 집으로 출근하면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는 데면데면하다. 반면 초등학교 저학년인 둘째가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한다. 방전되어 가던 에너지가 차오른다. 고된 하루를 이겨내기 위해 꽉 깨문 입술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아이의 밝은 기운이 내게도 전달되어 에너지가 쭉쭉 차오른다.


초겨울에 농사일이 한가해져 떨어지는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 산책을 나간다. 추워서 꼼짝하기 싫은 마음을 다잡고 챙겨 나가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무겁다.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가도 차가워진 바람에 몸이 데워지려면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걸어야 한다. 힘들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 밝은 기운을 주는 우리집 둘째같은 노란 소국을 만났다.


우리 집 둘째든 담장 아래 노란 소국이든 둘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떠오르는 말이 있다.


"아이구 이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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