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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Sep 19. 2024

【소설】그랜드바자르 #5. 키아

 5. 

 "말해 봐. 원하는 게 뭐야?"


 램프 가게로 가는 내내 짓은 집요했다. 


 "그런 거 없어. 너도 알잖아." 


 베야는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말했다. 그러다 이내 멈추고 입을 열었다.


 "짓. 너 혹시 꿈이라는 걸 알아?"


 "꿈?"


 짓은 꿈이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짓은 꿈의 두 가지 의미를 평생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꿈을 꿨어."


 짓은 양 손을 주머니에 넣고 상체를 굽혀 베야의 눈 앞까지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러니까 꿈이 뭐냐고요, 꾼다는걸 보니 돈 같은 거구나. 맞지?"


 베야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짓을 올려다 봤다. 


 "진짜 돈이야?  너 뭐 돈 필요하고 그래? 사고 쳤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베야가 입을 열려는 순간 묘한 향이 퍼졌다.


 "키아잖아." 


 향의 주인은 키아였다. 향신료 가게의 딸.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그만 가주지? 남의 가게 앞에서 손님 쫓지 말고."


 키아는 언제나 그랬듯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짓은 키아에게 다가갔다.


 "키아,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넌 그거 알어? 그 뭐냐... 베야, 아까 뭐라 그랬지? 꿈?"


 키아는 병에 향신료를 담다 움찔하더니 가루를 조금 흘렸다. 


 "아니, 우린 갈게요. 방해해서 미안해요."


 베야는 급한 걸음으로 짓의 앞을 막아섰다. 짓은 눈을 가늘게 뜨고 키아와 베야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래. 그래. 방해해서 미안해, 키아. 여기 이 친구가 워낙 바빠서 말이야. 정리하는 걸 좀 도와주고 싶은데 오늘은 안 되겠네."


 키아는 대답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게 엄청나게 대단한 건가 보네?"


 뒷짐을 지고 따라 걷던 짓이 넌지시 물었다.


 "글쎄. 나도 몰라."


 "모르면서 왜 그리 황급히 내 앞을 막았을까?"


 "모르니까."


 베야는 모르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을 기억했다. 누가 해준 말인지는 몰라도 그 말은 머리에 새겨진듯 오래 남아 있었다. 그래서 베야는 항상 조심했다. 모르는 사람, 모르는 맛, 모르는 말, 그리고 모르는 마음까지. 모르는 모든 것에 거리를 두려했다.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꿈이 위험해?"


 "모르지." 


 짓은 가슴을 내리쳤다.


 "넌 매사가 그렇게 복잡해서 어쩌면 좋으니. 인생 뭐있어? 그냥 지르는 거야. 모르는 것도 좀 먹어보고, 위험한 길도 걸어보고, 그렇게 사는 거지. 가게에만 쳐박혀 있으면 람바 할아버지처럼 재미없게 늙는다. 

 베야는 그래도 좋다 생각했다. 가능하면 람바 할아버지처럼. 아무 일없이 늙고 싶었다. 그렇게 죽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수 없었다. 꿈을 꾼 이상. 그 함정에 걸려든 이상. 베야는 문을 열어야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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