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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Sep 20. 2024

【소설】그랜드바자르 #6. 쓸모없는것들

 6. 

 "할아버지."

 

람바 할아버지가 일어난 것은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는 한낮의 시간이었다. 그랜드 바자르는 사방은 물론이고 하늘 마저 막혀있었기에 한낮이라해도 별다를 것은 없었다. 그저 이방인들의 방문으로 지금이 낮인지 아닌지 파악할뿐이었다. 


 "그래, 오늘은 좀 팔았고?"


 "궁금하지도 않은 걸 물으시네요."


 스탄은 휠체어에 앉아 램프를 정리하며 말했다. 


 "장사치가 궁금한 게 그것말고 또 뭐가 있을라고."


 람바 할아버지는 스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램프를 닦으며 말했다. 


 "베야 형이 또 나갔더라고요." 


 람바 할아버지는 보조 사다리를 오르다 멈추며 말했다.


 "또 우물에 간 게지." 


 스탄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뇨. 지금 말고요. 어젯밤에."


 람바 할아버지는 크게 웃었다.


 "그렇게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던 게냐?"


 스탄은 빙그레 웃었다.


 "너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더니 잠이 오지 않던걸요? 왜 그런지 할아버지는 아세요?"

 람바 할아버지는 느릿한 몸짓으로 의자에 앉았다.


 "글쎄다. 네가 가게 일이 고되지 않았나 보구나. 어쩐지 어제 매출도 신통치 않더니만. 오늘은 대청소라도 시켜주랴?"


 스탄은 장난스레 고개를 내저었다.


 "할아버지야말로 조금 더 쉬세요. 새벽부터 무리하셨을텐데."


 람바 할아버지는 잠시 가만히 앉아있다가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 아무래도 그래야 겠구나. 베야가 오면 쓸데 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예를 들면요?"


 람바 할아버지는 말없이 집으로 연결되는 문을 열었다.


 "쓸데 없는 것들 있잖니. 사는데 하등 필요없는... 쓸데 없는 것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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