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로 산다는 것

타인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기

by 새별

예전부터 나는 사람에 희망을 가졌다. 상대방에게 기대도 하고 발전을 할 거라고 믿기도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상처 받을 일이 많았다. 매사 혼자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다.


30대인 지금, 희망을 갖고 발전할 것이라고 믿을 대상을 온전히 나로 바꾸기로 했다.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대단한 가치가 있어서 그렇게 정한 건 더욱 아니다. 나 자신이 상처를 덜 받고 가장 이득이 되는 방법이 바로 나에게 희망을 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실망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미화'해서 생각한 일이 많다는 걸 그냥 인정하는 것뿐이다. 사실을 받아들이면 현실이 슬프고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까 봐 그동안 그냥 무시해왔던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놔줄 때가 되었다.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자주 충고를 한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살아가지 말라는 조언도 종종 듣는다. 네 까짓게 무슨 힘을 갖고 있길래, 너는 왜 되지도 않는 꿈을 꾸느냐고도 한다. 네가 나에게 맞추라고 말한다. 나는 많이 맞추었는데 왜 더한 요구를 하는지 되려 묻고 싶더라. 상대방은 내가 생각한 선을 넘었다. 나는 그 이상은 나를 맞춰줄 생각이 없다. 양보하지 않으면 네가 얻는 것이 없을 거라고 말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100개 양보할 때 당신은 5개 정도밖에 양보하지 않았던가? 상대방은 네가 100개를 스스로 양보하기로 정한 것이라 말할 것이다. 네 입에서 들을 말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더 심한 말을 들을 수 있으니 참는다.


나라고 이기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당신과 다르다는 걸 당신도 인정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주류들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며 배척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왕이어야 하는데 '그거 아니야'라고 내가 말하니까 재수 없었을 것이다. 비주류로 산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좋은 대로 나를 생각한다. 내가 많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는 사람들이 모이고, 내가 가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는 사람들이 떠나간다. 그 생각은 어릴 때 학습한 것이어서 평생 계속될 것이다. 자기가 왕인 마냥 행동하는 사람들 중에 '진실이 왜 중요하냐', '사실 확인이 왜 중요하냐'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믿으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속으로 어이없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말이 안 통해서 말을 안 한다.

진실은 중요하다. 어차피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갖고 있는 권력이니 명예니 돈이니 죽을 땐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가는 권력과 명예와 돈을 가지게 되면, 평생 자신이 그래 왔고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행동한다. 그건 나도 언제든 그런 모습으로 바뀔 수 있고 그런 모습을 보일 때도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확인이 왜 중요하냐면 누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진실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에게 진정한 친구 관계가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입에 발린 소리로만 점철된 관계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고 싶다.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믿으려고 노력하지만, 말은 중요하다.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나도 실수하는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럽기에 함부로 타인을 욕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행동만을 믿으라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데 너그러움도 갖춰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기에, 누가 내 말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할 것이며, 누군가 나를 찾아와 누군가의 말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위로할 것이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사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근데, 그게 나다. 내가 정한 내 삶의 모습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 준 적이 있다. 상처를 받은 적도 있다. 근데 그게 너무 아팠다. 그래서 되도록 상처 주는 일도 최소화하려고 하며, 상처 받는 일도 최소화하고 싶다. 나이를 먹으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상처에 대한 회복성을 갖는 것과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가 내가 가져야 할 나잇값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해서 어린 나를 지켜주지 못했던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을 잘 모르거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겉만 어른인 모습들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못난 어른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내가 정한 삶의 규칙대로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그게 어렵다는 걸 알지만 노력이라도 해야 상처 받는 사람이 줄어든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상처를 극복하기가 어려워 고전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삶이 무너지더라도 추억과 경험은 누구도 앗아갈 수 없다. 그게 내가 어릴 때 아빠를 잃는 큰 아픔을 겪으며 배운 삶의 지혜다.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언제 삶을 마감하게 될 줄도 모르는데, 무슨 브랜드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그보다 내가 보는 풍경과 내가 마주하는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네가 가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게 삶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할 말은 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소소한 아름다움은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나랑 안 맞는다는 건 잘 알겠다. 나보고 이상하다고 자꾸 말하는 애들이 있는데 내 기준으로는 네가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귀찮아서 '나 그냥 미친놈야'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안 맞는 사람과 설전을 벌일 시간에,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픽사 애니메이션 같은 걸 보면서 힐링한다. 아마도 내가 가진 가치관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리고 죽음이 다가올수록 더욱 가치가 있는 생각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시던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안 놀면 그만이다. 상대방 기준으로는 많이 양보하고 나에게 맞춰준 것일 수도 있으니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도 가져야할 것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배움의 자세로 돌아가야겠다. 타인을 나무랄 시간이 있으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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