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참으로 기쁜 일
나는 오랜 시간 나를 미워하면서 살았다. 무엇이 진짜 내 마음의 소리인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온전한 독립을 하기로 결정을 하자 가려져 있던 나를 찾은 기분이 든다. 기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집도 내 소유가 아니고 내 직업은 프리랜서여서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인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내 마음은 편안하다.
나라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 나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 그리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나 크게 3가지로 나뉘어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참 알기 어려워 오랜 시간 찾아 헤맸다. 나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로 인해, 타인들에게 버림받을까 봐 무섭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가까운 가족에게 표현하더라도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많았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은 '농담'이라고 표현하나 내게는 '상처'였고 '기만'이었고 '무시'에 해당하는 발언들이 많았다.
진짜 내 마음의 소리를 알기 위해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심리학과 철학 책을 읽고, 내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참 많이 고민했다. 내가 얼마 전에 내린 결론은,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아름답게 생각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떤 존재든 고유의 아름다움이 없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점도 함께 보아야만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존재는 타인이 아닌 일단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오히려 타인들의 경계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경우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얼마나 싫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적응도 잘 되고 집중이 잘 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시간을 좋아하는지,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어떤 빛깔을 좋아하는지 재정립할 시간이 왔다. 그리고 나의 영역을 침범하였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잘 알아야 하고, 그런 방법들은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감정'은 너무도 무용한 것이라 자제하는 것만이 답이라 배워왔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이성적으로 판단해라. 그러나 마음이 시키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감정은 창작하는 일을 택한다면 오히려 강점이 된다. 그리고 심리학 책을 통해, 어떤 새로운 사실을 학습할 때에도 '감정'도 함께 있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잘 생각해보면 여태까지의 나의 존재나 나의 풍부한 감정이 타인에게 항상 폐를 끼치거나 범죄를 일으키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가까운 가족에게 늘 지적을 받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그 지적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억지로 나를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이런 내 모습을 인정하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나도 이 정도면 오랜 시간 많이 생각했으니, 거리를 두는 것만이 답이라는 것 외에는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없었다. 나는 다르다고, 그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어차피 외적인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려고 하면 오히려 공허해질 뿐이다. 가지려고만 하면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되돌아볼 시간이 없으니까. 나는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 내 마음에 채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보이는 것들은 의미가 있으나 지나가는 것들이며, 내 안에 채운 것들은 타인이 절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므로 나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된다.
진짜 내 마음의 소리는 제대로 침잠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는 요즘이다. 만약에 코로나 19가 아니었으면 기류에 매몰되어 은퇴 후 60살이나 70살이나 돼서야 알게 됐을지도 모르는 걸 지금 나이에 알아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생긴 대로 살자, 단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