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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Mar 13. 2024

반지하도 장점이 있다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

 반지하에 장점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층간소음의 가해자로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피해자가 되어서 좋을게 뭐냐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성격상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한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는데도 시끄럽다고 쫓아오는 이웃도 있다는데. 그것도 꽤나 피곤한 일이라 생각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일 때 헬스장에 다니기 어려워서 홈트(홈+트레이닝)를 자주 했는데 집에서 쿵쿵거리며 운동을 해도 아무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휘청거리며 일어날 때도, 술을 먹어서 넘어져도 나의 시끄러운 몸짓을 듣는 사람은 밑에 없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적어도 나에겐 가장 편한 층수라 생각했다.



‘그래, 내가 피해 끼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나는 당해도 되는 건가?‘



 어느 날 아침, 천장에서 진동이 윙윙 울리며 나를 깨웠다. ‘곧 끄겠지. 좀 더 자자‘ 생각하고 다시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한 번 들린 소음은 왜 이렇게 거슬리는 건지. 핸드폰을 바닥에 둘 이유를 생각하기도 하고, 저렇게 알람을 못 끌정도면 참 피곤한가 보다 공감이 되기도 했다. 쓸데없는 상상으로 더 이상 잠들 수 없었다.

 

 또 밤마다 얼마나 쿵쿵거리는지 혼자 살고 있는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예민함이 극에 다다를 때쯤 사라지고, 고요함이 싫어질 때면 다시 시끄러워졌다. 소음이랑 밀당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제는 안 들리면 서운할 정도였다. 사실 시끄럽다고 쫓아갈 용기는 없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생각하며 참았다. 혼자 살아서 안 그래도 조용한 집인데 무슨 소리라도 나니까 정겹고 좋다며 합리화를 하면서 익숙해졌다. 어쩌면 무뎌진 걸 수도 있지만.





 유난히 외로운 퇴근길이었다. 오늘도 역시 이웃을 마주치지 않게 재빠르게 집에 들어갔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며 나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위층인데 잠깐 열어주실 수 있나요?”


 나는 이웃을 마주치면 당연히 인사할 생각이었지만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몇 달 동안 노력하고 있는 상태였다. 직접 대면이라니 조금 무서웠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어서 문을 열고 처음으로 위층 사람을 보게 되었다.


“밤마다 시끄러우셨죠 죄송해요. 애들이 방학을 해서.. 뛰지 말라고 하는데..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애들이잖아요 하하”


“이거 별건 아니고 과일 좀 챙겨 왔어요. 감사해요”


“저도 감사합니다”



 일종에 뇌물 같은 거겠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주 잠깐이지만 대화하면서 그동안의 미움이 사라졌고 유독 외로운 날에 느낀 사람의 온기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불만을 말한 적 없으니 그냥 지낼 수도 있는 건데 일부러 찾아온 위층 사람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게 뇌물이라 할지라도 괜찮았다. 나는 쫓아갈 용기도 없으면서 혼자 욕했던 시간이, 정을 나눠본 적도 없는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이웃을 마주하고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 받아본 이웃의 정 때문인지 집에도 정드는 것 같았다. 또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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