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기자 언니가 전하는 평온함의 비결 1
새벽 야근이 일상이고 하루를 1분 1초로 나누어 써야 하는 잡지 기자로 살아왔다. 치열한 업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참 고군분투했지만 다행히도 내면은 비교적 평온한 편이었다. 편집부에서 얻은 별명이 ‘성모 마리아’였을 정도. 물론 나라고 마음이 늘 잔잔한 호수 같은 건 아니다. 하지만 내면의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몇 가지 노하우가 있다. 그래서 그걸 좀 나누어 보고자 용기를 냈다.
우선 내가 그토록 의도적으로 평온함을 추구하는 이유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바로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어서다. 오랜 세월 뷰티 기자로 일해 오면서 천착해온 주제가 바로 아름다움이기에. 겉모습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서 얼굴과 태도로 나타나는 온화함. 내가 가장 탐하는 외면이다.
내면의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마음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다. 에크하르트 툴레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등 소위 ‘정신적 스승’이라 불리는 분들의 글을 읽는 게 인기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다. 최근에 읽은 소설조차 헤르멘 헤세의 <싯다르타>. 싯다르타라는 인물이 내면의 자아를 완성하고 생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섬세한 내면 탐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 속에서 밑줄 친 문장 하나를 소개한다.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_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147쪽, 민음사
이 문장은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큰 진리를 깨달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물처럼 우리는 저마다 흐르는 시간 속에, 그러니까 어제를 지나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향해 지금을 살아간다. 또한 흐르는 물의 찰나가 늘 새로운 것처럼, 내 삶에서 지금은 늘 새롭다. 많은 현자들이 말하는 ‘지금을 살아라’는 게 이 뜻이었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던 순간.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편할 때, 들여다보면 나의 생각이 후회나 미련 등으로 과거에 사로잡혀 있거나, 해야 할 일, 바라는 일의 결과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 등 미래에 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의식을 현재로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내가 지금 시각, 촉각, 청각, 후각으로 무엇을 느끼고 있나 집중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끊임없이 ‘오늘까지 원고를 넘겨야 하는데 언제 하지?’ 하는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걸 인지할 때면, 의식적으로 아이의 보드라운 살결, 향기로운 비누 거품에 주의를 모은다. 그러면 이내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고 아이와 온전히 눈 맞추고 즐기면서 목욕 시간을 마칠 수 있는 식이다. 그렇게 현재에만 집중하면, 아이들 잠든 후에 원고 쓰는 시간 역시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
무엇보다 시시때때로 내 감정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자문해보자.
"나는 지금 평온한가?"
"불편하다면 왜 그렇지?"
"지금 이 감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가?"
"일단,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자."
"내가 지금 느끼는 감각이 전해주는 감정을 들여다보자."
그러면 분명히 느낄 것이다. 내면에 평온함이 깃들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