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가 오늘 끝났다. 종업식을 하고, 아이들에게 새로 배정된 반이 적힌 통지표를 나눠줬다.
우리 반 아이들 몇 명이라도 데리고 올라가고 싶어 5학년 담임을 지원했지만
학교 사정상 3학년 담임이 될 것 같다.
많이 아쉽다.
"선생님, 그러면 내년에 저희 6학년 올라갈 때 맡아주시면 안 돼요?"
내가 아쉬워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나와 더 보지 못하는 걸 섭섭해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 반이 없었다면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버텼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루하루 출근해서 할 일이 있어서,
그리고 그게 우리 반 아이들이라서
내가 조금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일깨워주어서
아직 내가 피가 돌고 살이 있어 숨을 쉬는 인간이구나를 순간순간 현실로 돌아와 알게 해 주어서
... 너희가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왔을지 잘 모르겠어.
오히려 선생님이 너희에게 고맙구나.
크게 해 준 것 없이 무럭무럭 커 가는 너희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
이렇게 조금 더 말하려다가 개구쟁이 남자애들 덕에 금세 분위기가 정신 없어져
다행히 울지 않고 마쳤다.
회자정리.
인생은 원하지 않는 헤어짐과 또 새로운 만남으로 가득하다는 걸
어쩌면 아주 어린 초등학생들도 매년 이 시기에 겪게 되는 것 같다.
스물다섯 살, 앳된 나이에 첫 담임을 하며
어떻게 알아냈는지 집주소로 배달된 까사온 구스다운 이불을 이제 버리려 한다.
십오 년... 품질이 너무 좋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시절도, 좋았던 그 이불도 보내주며
새로운 이불을 사고
이제 다시 새로 만날 아이들을 기다려야겠지.
옆반 전근 가시는 부장님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인수인계에 관해 여쭤본다.
“제가 마지막까지 이렇게 모르는 걸 여쭤보네요.”
멋적었다.
아마 어리버리한 내가 마음에 안 들기도, 속으로 ‘저 선생님은 왜 저래?’라고도 자주 생각하셨을 것 같다. 그래도 큰 참견 없이, 그런 나와 우리 반을 견뎌준 것에 감사하다.
학년부장님께도 찾아가 1년이 너무 좋았다며 감사를 드렸다.
같은 학년 선생님이 함께 보낸 그 해가 너무 좋았다고 하는 건 어쩌면 최고의 칭찬 아닌가?
부장님 표정이 활짝 피어난다.
사실
"사생활에 대해 묻지 않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라고 전하고 싶지만
마지막까지 끝내 말로 전할 수가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건 올해 나도 부장으로 일하며
우리 부장님의 모습을 닮으려 애쓰는 것뿐.
그래서 나와 함께 일하게 될 여러 선생님께 내년 이맘 때
'우리 부장님이 처음 부장으로 일해서 서투른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시고, 잘 챙겨주시려고 하셨다.'
정도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을 보내고,
편지도 받고
마스크를 낀 채로 셀카도 함께 찍고
아이들의 게시물이 다 떼어진 텅 빈 교실에
미처 지우지 못한 내 흔적을 정리하다
3차 백신을 맞으러 나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점심에 페리에 주에 샴페인을 한 잔 곁들인다.
영주가 선물해 준 벨에포크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페리에주에 정도는 이런 날에 딸 수 있다.
1년 동안, 수고했구나.
스스로 많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늘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길.
그러면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