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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n 13. 2024

공황장애 2 - 공황장애와 함께 살기

우리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나 : “네? 공황장애요?” “전 어지러워서 왔는데 왜 공황장애인가요?” 

의사 : “공황장애 맞습니다.” (선생님께선 정확히 또박또박 말씀하신다.)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해요. 스트레스를 줄이시고 당분간 약을 복용합시다.”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 비해 선생님은 참 심플하고 간단하다. 약 먹고 쉬란다. 기운 빠지네. 난 지금 괜찮은 거 같은데. 이렇게 걸어 다닐 수 있는데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나. ‘정신과 약’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주홍글씨를 다는 것만 같았다. 


숨을 못 쉴 것 같은 예기불안의 엄습


어지러움, 매스꺼움, 답답함. 그리고 두통은 아닌데 머리에 쥐 나는 느낌, 버스에서의 호흡 곤란 등 증상을 듣던 선생님의 무미건조한 표정과 대기실에서의 많은 사람들. 몇 분만에 진단된 내 상태. 공황장애. 그렇게 공황장애는 내게 왔다. 명명된 병 때문인지 한동안 나는 버스를 타지 못 했다. 약을 먹으며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면서는 맨 앞자리 통창으로 보이는 자리에만 앉았다. 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 내리고 싶어졌다. 또다시 숨을 못 쉴까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한 번은 외근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교통체증으로 줄지어져 있는 차들을 보는 순간 가슴을 누군가 위에서 누르는 것 같았다. 또 한 번은 유리로 된 밀실에서 외부 미팅을 할 때도 아슬아슬했다. 끝 모를 긴 터널 역시 무섭다. 갇힌 것 같은 밀패 된 공간에서 오는 공포감과 불안감이 나를 숨 막히게 한다. 약은 먹고 있지만 예기불안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마치 버스 안에서처럼 숨을 못 쉬는 상황이 될까 두렵다.


평범한 일상이 도전이 되는 순간


한 번은 누군가 "공황장애는 있지만 극장에서 영화는 볼걸?!" 하고 쉽게 건 낸 말이 큰 상처가 됐다. 누군가에게 평범한 일상이 나에겐 이제 약을 먹고 도전해야 하는 일인데 나의 곤란함은 모른 채 쉽게 던지는 말이 미웠다. 함께 부대끼며 일해야 할 사이인데 터 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상처받았다고 나에겐 정신과 약 먹고 도전해야 하는 힘든 일이라고. 상대방도 본인은 나쁜 뜻으로 이야기한 거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표현해 주셨다. 사실 대수롭지 않게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그냥 한 말인데..."라고 할 수 도 있었지만 그분은 진심으로 미안해했고 나쁜 뜻으로 이야기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참 다행이다. 이해해 주고 사과해 주어서 다행이다. 아직 함께 일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내 생각과 의견을 말하면 수렴이 되든 안 되든 소통은 잘 될 것 같았다. 이후 함께 일하는 내내 일에 대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이 재미나게 일할 수 있었다. 지금도 회상해 보면 즐거운 한때였다. 그리고 윗분들의 배려로 하던 일을 잠시 접고 3개월 병가를 쓸 수 있었다. 이 또한 다행이었다.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공황장애와 공생하기?!


병가 후 복직해 다시금 내달렸지만 한번 깨진 멘탈은 금이 가 있는 상태다. 깨진 유리그릇을 다시 붙여놓은 것 마냥 쉽게 깨진다. 내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미리 감지하고 대안을 찾는다. 때에 따라 엄습하는 불안감은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는 공황장애 약으로 잠재운다. 먹든 안 먹든 가지고만 있어도 나에게 큰 위로와 안도감을 준다. '증상이 나타나면 약 먹으면 되지. 그럼 괜찮아질 거야.' 하는 믿음이 든든한 백이 되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사무실을 나갔다. 몇 시간씩 몰입하지 않고 짧게라도 머리를 쉬어줬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 먼 거리 외근이 있는 날은 전날 미리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잤다. 이른 시간 대중교통을 타고 먼 거리를 가는 건 여전히 두려운 일이었다. 굳이 힘든 상황에 놓여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불안감과 호흡곤란을 겪고 싶지 않다. 한동안 나름 공황장애를 잘 데리고 살았다. 물론 잠들기 전 약을 먹는 건 잊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증상이 좋아지면 약을 중단했다 다시금 증상이 안 좋아지면 다시 약을 복용하길 반복했다. 약을 먹고 잔 날엔 쉽게 잠들고 편안하게 일어나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증상이 좋고 나빠지는 건 스트레스 사이클과 비례했다. 일을 그만두기 반년 전부터는 공황장애 약을 먹고도 전과 다르게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불안장애약과 수면제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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