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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30. 2024

악몽

―변시지, <섬>

 기찻길 옆 단층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너 채의 집과 도랑이 흐르는 작은 동네였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러 가셨기에 하교 후에 집은 늘 텅 비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남동생은 동네 오락실에 갔는지 오지 않고, 혼자 집에 우두커니 있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텅 빈 무한대의 공간에 나 혼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꿈이었다.

소리를 질렀지만 메아리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들리는 것도 보이는 것도 없는 텅 빈 공간.

흘러가는 시간도 변하는 풍경도 없는 불변의 공간. 백 년을 계속 그렇게 혼자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아릴 정도로 섬뜩했다.

나는 악몽에서 깨기 위해 죽어라 소리를 질렀다.

버둥대며 길거리로 달려 나갔다.

어서 빨리 악몽에서 깨고 싶었다.

개 한 마리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기적 소리도 들렸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살아있구나!

날뛰던 심장이 다시 잠잠해져 갔다.

그때 알아 버렸다.

고립과 고독은 죽음의 감각이 아닐까?


 섬에서 홀로 웅크리고 있는 그가 가엾다. 폭풍 속에서 고립된 그는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렸을 것이다. 이제 바다는 반짝이는 잔물결이 일고 있다. 저 멀리 돛단배도 보인다. 말이 먼저 알아채고 마중 나갔다. 섬을 찾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반갑다. 네가 살아있는 걸 보는 건 나도 살아있다는 증거. 웅크리고 있는 그가 악몽에서 깨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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