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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04. 2024

옆집에 살던 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케테 콜비츠, <미망인 1>

순이는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고 지저분한 아이였다. 나는 그 애의 옆집에 살았다. 

그 애의 집은 이상했다. 방 한 칸짜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밤이 되면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한 칸짜리 방들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다.

그 애의 엄마도 이상했다. 아빠는 없는데, 배가 남산만 했다.

반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수군댔다.

나는 순이와 종종 같이 놀았다. 소꿉질할 때 순이는 풀이랑 꽃으로 요리를 잘했다.

언젠가부터 순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반장인 나를 데리고 순이의 방 한 칸짜리 집으로 찾아 갔다.

“야가 참 착해갖꼬 지때메 잠도 못 자고 학교도 못 가고. 지가 아프다카면 자다가도 일나서 등 두들기고 발 주므르고…. 불쌍해서 어짭니까”

배가 남산만 한 순이의 엄마가 퀭하게 꺼진 눈으로 말했다. 

이불만 펼쳐져 있는 작은 방은 쾨쾨한 가난의 냄새가 났다.

순이는 계속 학교에 오지 않았다.

배가 남산만 하던 순이의 엄마도 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무서워 순이의 집을 지나갈 때는 

빙 돌아서 갔다.

순이가 찾아왔다. 

서울에 간다고 어느 부잣집 식모로 간다고

엄마를 닮은 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마른 열매로 엮어 만든 목걸이를 내밀었다. 

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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