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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위에 글 Nov 14. 2024

 그 거리엔

이별하고

몇 날이 지나

깊게 그리움이 스며들고

그 그리움을 따라 어두움이 낮게 깔린 거리를 외로이 나서면


그 거리엔

쓸쓸한 바람을 타고 가을이 깊게 내려앉고

그 가을 위로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숨죽인 채 아련하게 젖어든다


그 거리엔

외로운 가로등에 부딪쳐 빗 방울이 별빛처럼 흩어지고

그 별빛 사이로

길을 재촉하는 자동차 불빛이 고요히 퍼져 애틋하게 물들인다


그 거리엔

공허한 밤공기를 가르고 한 무리의 영혼이 깊은 침묵으로 사라지고

그 침묵 위로 

삶의 고단함에 쫓기는 하얀 입김이 은은히 피어올라 외로이 흘러간다


그 거리엔

길을 잃은 한 사람이 외로이 서서

긴 침묵 속으로 사라져 가는 한 무리의 영혼에게 길을 묻고

익숙한 멜로디에 실려오는 슬픈 노래 가삿말에 깊은 한숨만을 내쉰다


나는 지금 상실의 거리에 서있고

너는 지금 어떤 거리에 서있나


나의 거리와 너의 거리는

어디선가는 만나겠지만

상실의 거리에서 

너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알기에


너무 보고 싶어 견디기 힘들어

숨이 막막한 그리움이 밀려오면

오늘도 나는 그 거리를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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