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적막함이 흐르고
지독한 쓸쓸함이 머물러도,
나는 이 계절이 좋다
마음껏 슬퍼하고
눈물로 하루를 채워도
무심히 시간 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나는 이 계절이 좋다
비 내리는 날
온몸이 젖은 채 걸어도
그 누구도 내게 묻지 않는,
나는 이 계절이 좋다
그래서
이별을 해야 한다면
나는 이 계절에 하고 싶다
슬픔을 가리고
눈물조차 삼키는
적막하고 쓸쓸한 이 계절에
이 계절의 적막함은
내 슬픔을 품어주고
이 계절의 쓸쓸함은
내 아픔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이 계절의 비는
조용히 내 고독을 어루만진다
누구의 시선도 머물지 않는
적막한 곳에서,
내 슬픔과
내 아픔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기에,
그래서
그 고독마저
이 계절의 일부가 되어
바람처럼 다가와도,
나는 이 계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