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개의 인증 중 하나를 완수했다. 습관이 무서운 게 인증할 일들이 일어나자마자 머릿속에 둥둥 떠다녀서 잊어버리면 자책을, 애써 치우면 죄책감이 든다. 이게 유튜브에서 봤던 깨어있는 뇌의 기능이려나? 항상 오프, 밥 먹고 자고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뭔가 집중할 것들을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무서운 녀석이다.
우연 같지만 8월 마지막 날, 내게 유일한 휴일에 항상 신세를 지는 병원에 가고 있다. 정신적 힘든 상태를 직감했던 지인이 2년 전 소개해준 오아시스였다. 익숙한 단어인 우울증이 내 병명으로 다가올 줄 몰랐다. 흡사 그 유명한 움짤인 '내가 X자라니!'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니! 인정하게 되면 자신이 환자임을 인정하기에 버티고 버틴 결과였다.
병원은 예약도 꽉 차서 한 달 한 번도 겨우 잡는데 다행히 쉬는 날에 진찰이 펑크 나면 선생님께서 미리 연락을 주시기에 기본 한 달 두 번은 가능했다. 할 말은 없는데 할 말을 하게끔 만드는 신비한 그곳은 내겐 둘도 없는 오아시스다. 과장 좀 보태면 수다를 떨어도 떨어도 질리지 않는 곳이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내 소설이 나갈 뒷방향이었다. 내게 첫 독자가 되어주신 선생님께 소설의 뒷부분을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했다는 비보와 함께 다른 글쓰기 소모임에 들어가 9월부터 시작한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전했다. 선생님은 뭐든 해보려는 시도가 좋다 하셨다. 그 도전을 이어가려면 인증만큼 좋은 게 없으니 다음엔 인증한 증거품을 들이댈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마음을 채워 볼 두 번째 코스로는 교보문고 돌기. 책을 사러 간다기 보단 책과 사람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 읽고 싶은 책들을 아이쇼핑하듯 팍팍 카메라로 찍어두고.
편지 쓰기에 최적으로 필요한 지워지는 펜을 맘껏 써보고 고른 삼색이. 펜의 이름들도 꽤 이뻤다. 편지를 받을 사람은 이 펜을 만든 섬나라 오빠지만. 이번엔 한글로 꾹꾹 써서 같이 보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돈 쓰기에 여념 없던 몸풀기의 제3탄에 대한 인증.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는 영수증이 왜 이리 새롭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곧이어 돌아오는 10 줄 쓰기 인증. 사실 내용이 중요한데 내 손 풀기는 내용을 따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인증의 시간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