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나의 운전 경력. 9년. 곧 있으면 10년이다.
거의 매일 운전을 하고 있지만 내가 잊지 못하는 감각 같은 게 있다. 그건 바로 초보에서 운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그때의 그 느낌, 감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말이다.
초보 때는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가는 느낌이 든다. ’ 실려간다 ‘는 느낌이 더 정확하겠다. 택시를 타면 기사님께 몸을 맡기는 그 느낌 말이다. 그래서 운전은 하고 있지만 판단도 느려지고 그저 차가 날 잘 끌고 가주기를 하는 마음이 더 큰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초보딱지를 떼고 나면 룸미러, 사이드미러로 다른 차선과의 거리도 가늠해 가며 드디어 상황을 4D로 인식할 수 있어진다. 그제야 뭘 그리 어려워했나 하는 자신감도 살짝 올라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가 가장 위험하니 항상 긴장하며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
초보딱지를 가장 빠르게 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건 바로 혼자 운전연습을 해 버릇하는 것이다. 아무리 베테랑 선생님에게 운전 연수를 받아도 쉽게 늘지 않는 이유는 초보 때 기사님께 몸을 맡기듯 보조석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기대게 되기 때문이다.
혼자 운전하는 일은 때론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분명해야 하는 일이고 빨리, 많이 할수록 늘게 되어있다.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실전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시험점수를 올리기는 힘든 것처럼 말이다.
퇴사하기 전 남편은 군생활을 하면서는 진급, 민간 회사에 일하면서는 정직원이 되기 위해 애썼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들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고 그렇게 여러 번 고배를 마셨다.
뱃사람이 되고 1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이 초보운전자였다. 선장님에게 몸을 맡기는 듯한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크게 성장할 수는 없었다. 혼나기가 일쑤였고 어떤 날은 풀이 죽어 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장님에게 사정이 생겨 두 달 정도 자리를 비우시게 되었다. 선원들의 밥줄이 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통의 소형선박은 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지만 남편이 타는 배는 큰 배라서 소형선박조종사 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배를 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면허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뿐이었고, 때마침 면허도 갱신을 해야 했기에 급하게 부산으로 교육을 받으러 갔다.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왔다 갔다 하루를 꼬박 쓰고 온 그는 이제 정말 바다에 던져지게 된 것이다.
시키는 일만 하다가 갑작스레 선장이 되다니……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을 믿었고, 그는 생각 이상으로 선장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게 되었다.
앞만 보고 직진만 하던 초보에서 이제 앞, 뒤, 옆 살피며 유턴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 마치면 집에 와서 푹 쉬던 남편은 이젠 배 걱정, 작업 걱정에 더 자주 바다로 나간다. 줄은 잘 매어져 있는지, 기름은 넉넉한지, 기관실 창문은 잘 닫혀있는지 등……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싶다.
바람이 잦아들 생각을 안 한다. 정말 겨울이 빠르게 오려고 그러는 건지……
거센 바람으로 인해 어장에 문제가 생겨 오늘은 그물도 걷어내고 보수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바닷가 라이프이다.
염려하던 말단 선원의 초고속 승진.
가만히 보면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많은 걸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에라도 나를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퉤퉤’ 2번 외치고 스스로를 꼭 안아주면 좋겠다.
나를 믿는 강한 믿음은 거친 파도 앞에 맞설 용기를 준다는 걸 잊지 말고, 그렇게 초보운전 딱지를 떼어나가는 여정을 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