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이라고 새해라고 옷 사지 마셔요~~

by 발자꾹

오늘도 미사 중에 신부님의 환경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여러분, 옷 필요하신 분 손 한번 들어보십시오. 성탄이라고 새해라고 옷 사지 마셔요. 있는 옷 알뜰하게 잘 입고 그래야 합니다. 청바지 한 벌 만드는데 물 7,500L가 들어간답니다. 또 우리가 입는 옷이 대부분 석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해양오염과 수질오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니까 옷을 살 때는 한 번 입고 버리는 싸구려를 사지 말고 입을 만한 걸 사서 오래 입으면 좋을 것 같아요.”


미사가 끝난 뒤 신부님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려면 면화를 재배하고 여러 단계의 염색과 워싱과정(돌, 효소, 표백제 등을 사용해 데님 원단의 염료를 부분적으로 제거하거나 변형시켜 빈티지하고 자연스럽게 낡은 듯한 느낌, 부드러운 착용감, 그리고 다양한 색감과 디테일을 만드는 가공 과정)에 평균 7,000리터의 물이 사용되는데 이는 한 사람이 10년 동안 마시는 물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로 옷을 만들 때는 천연섬유로 옷을 만들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합성섬유 옷들은 세탁할 때마다 옷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빠져나와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그리고 이 미세입자가 자외선에 분해될 때마다 메탄이라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방출합니다. 또한 석유가 원료인 합성섬유 옷들은 잘 썩지 않아 버릴 때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옷을 만드는 순간부터 입고 빨고 버릴 때까지 우리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하니, 더 이상 ‘나 하나쯤이야’ 하고서 모른 체할 수 없습니다.


지난봄 제가 용기 여사 이야기를 연재할 때, 아파트 의류 수거함에 담긴 옷들이 올바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얘기를 전해드렸죠. 의류 수거함에 모인 옷이나 가방, 신발은 대부분 국내외에서 소각되거나 어딘가에 쌓여 쓰레기산을 이룬다는 답답하고 화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저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신부님 말씀 덕에 제가 그 약속을 지켰는지 말씀드릴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습니다. 옷장에 옷이 가득해도 계절이 바뀌면 왠지 입고 나갈 옷이 없는 것 같아 무심코 옷을 사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 글을 올리고 나자마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하늘하늘한 옷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려 잠깐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여러분께 증명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제 양심에 손을 얹고 말씀드립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할 때까지 한 번도 옷을 사지 않았습니다. 신발도 가방도 모자도 사지 않았습니다. 신기합니다. 해마다 열었던 똑같은 옷장인데 올해는 입고 나갈 옷이 그득해 보였습니다. 마음을 바꾸니 옷장이 달라졌습니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에 맞춰 입고 버리는 문화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요? 신부님 말씀처럼 진짜로 새 옷이 꼭 필요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날마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걱정만 하지 말고, 올겨울만이라도 새 옷을 사지 않고 지내면 어떨까요?


옷을 사지 않았는데 오히려 옷이 많아지는, 이 ‘옷장의 신비’를 내년에도 경험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신기한 경험 해 보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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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의환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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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의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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