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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May 31. 2024

마음을 가두지 마세요

『마음이 아플까봐』 글 그림 올리버 제퍼스 옮긴이 이승숙 / 아름다운사람

『마음이 아플까봐』 글 그림 올리버 제퍼스 

옮긴이 이승숙 / 아름다운사람들 

노란색 표지에 마음과 병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병이 눈길을 끌어당깁니다. 그 옆에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병에 손을 대고 서 있습니다.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밤하늘과 바다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소녀의 곁에는 언제나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안락의자에 앉아 갖가지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소녀는 무언가를 알아내고는 기뻐서 할아버지에게 달려갔지만 

할아버지가 늘 앉아 계시던 의자가 비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너무 무섭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소녀는 잠깐만 자신의 마음을 꺼내 놓고 싶었습니다. 소녀는 마음을 꺼내 빈 병에 넣고 목에 걸었습니다.    



 

소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점점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소녀는 여전히 마음이 담긴 병을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소녀의 마음이 담긴 병은 점점 무겁고 불편해졌습니다.     


어느 날 어른 소녀는 바닷가에서 예전의 소녀처럼 호기심 많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이는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마음이 없는 어른 소녀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어른 소녀는 병에서 마음을 꺼내고 싶었습니다.  

   

병을 흔들어 보아도, 펜치로 끄집어내려고 해도, 망치로 두드려 보아도, 

마음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다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높은 담벼락에서 병을 떨어뜨려 보았지만

병은 깨지지 않고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 굴러 굴러서

아이가 있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소녀는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진실을 받아들이는 건 때론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고통이 너무 크면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그 사실이 없었다는 듯이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진짜 삶이 아닙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직면하고 아픈 나를 바로 보아야만 삶을 살아 나갈 수 있습니다. 소녀는 아이를 만나고 나서야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과거의 아픔을 꺼내려 합니다. 어른이 된 소녀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꼭꼭 감춰 두었던 그 마음을 꺼내고 자신을 토닥이며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마음이아플까봐 #올리버제퍼스_글그림 #이승숙옮김 #아름다운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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