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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Jun 07. 2024

나도 안아 주세요!

『조금만』 타키무라 유우코 글 스즈키 나가코 그림  허앵두 옮김 한림출판

『조금만』 타키무라 유우코 글 스즈키 나가코 그림 

허앵두 옮김 한림출판사   


  


단비네 집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단비가 누나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아기를 안아주고 우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합니다.

     

시장 갈 때도 엄마는 아기를 안고 가야 합니다. 단비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지 못하고 ‘조금만’ 잡고 걸어갑니다.     


우유도 혼자서 마시고 잠옷도 혼자서 입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성공했습니다.    

 

동생이 예쁘지만 ‘조금만’ 귀엽습니다.     


그네도 혼자서 타니 조금만 탈 수 있습니다.  

   

단비는 누나가 됐으니까,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졸립니다.   

  

엄마에게 ‘조금만’ 안아달라고 합니다.     

엄마는 단비를 품 안에 꼬옥 안아 재워줍니다.  

   

아기가 ‘조금만’ 기다려 주면 좋겠습니다.    


      

동생을 안고 있는 표지 그림을 본 순간 이십여 년 전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둘째 아이를 12월 말에 낳았으니 네 살 터울이지만 다섯 살 차이만큼 크게 느껴졌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순간 첫째는 우리에게 어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젖먹이 동생에 비해 너무 커 보였던 거죠. 혼자서 밥을 먹고 유치원도 잘 가고 때론 잠도 혼자 잤습니다. 유모차도 잘 밀어주고, 잠깐씩이지만 동생도 제법 잘 보았답니다.      



그 아이가 어느 날 떼를 썼습니다. 자기도 좀 봐달라고요. 엄마 눈을 피해 동생에게 해코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다 큰 녀석이 무슨 짓이냐고 혼내주었습니다. 안아주는 대신, 아기 흉내 내지 말라고 야단을 쳤습니다. 여섯 살 아이를 많이 안아주지 못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기 바로 전까지 우리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크고 나서 돌이켜보니 참 미안했습니다. 그림 속의 단비를 보면 너무 귀엽고 또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내 아이에겐 야속한 엄마였죠. 이제야 말합니다.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 미안했다고, 네가 참 고마웠다고. 그리고 안아주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두 살이 된 동생을 안아주는 멋진 여섯 살 누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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