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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May 24. 2024

『두 사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우리는 내 옆의 그이와 어떤 "두 사람"일까요?

『두 사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표지에는 커다란 풍선이 되어 집을 매달고 날아가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한 사람은 눈을 뜨고 다른 사람은 눈을 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바라봅니다. 두 사람이 이끌고 가는 집은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까요?    


 

표지를 넘기고 면지를 보면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사과를 깨물어 먹는 두 사람이 얼굴이 또 보입니다. 한 사람은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또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꼭 맞는 열쇠와 자물쇠라고 생각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가끔은 열쇠가 사라지기도 하고 자물쇠가 막혀 버리기도 합니다.     


드넓은 바다에 있는 두 개의 섬처럼 함께 살지만 저마다의 풍경을 가지고 다른 곳을 보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눈금 시계와 디지털시계만큼이나 다른 두 사람이 있습니다. 눈금 시계는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합니다. 디지털시계는 정확하지만 건전지가 떨어지면 꼼짝하지 못합니다.     


모래시계처럼 꼭 붙어 있는 두 사람도 있습니다. 한쪽에서 모래를 주면 다른 쪽에서 받습니다. 다 받고 나면 그 모래를 반대편으로 다시 보내지요.      

    

지붕을 떠받치는 양 끝의 벽처럼 아무리 해도 가까워지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돛과 돛대처럼 서로 도와주며 항해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함께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꽃과 줄기처럼 꼭 붙어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꽃은 향기로 다른 이를 매혹하지만 꽃을 받쳐 주는 이는 줄기입니다. 줄기가 없으면 꽃은 시들어 버립니다.     


낮과 밤처럼 엇갈리는 두 사람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항상 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는 자전거 바퀴 같은 두 사람도 있지요. 한쪽에 바람이 빠지면 다른 한쪽이 말짱해도 꼼짝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 세 번째 사람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어렵고 
함께여서 더 쉽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책 속의 두 사람은 부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 뒷부분의 글을 읽고 엄마와 딸이나 아빠와 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와 자매, 남매, 그리고 친구일 수도 있겠지요. 함께 사는 두 사람이라면 누구나 될 수 있겠지요. 

    

저는 엄마와 살갑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눈금 시계와 디지털시계처럼 달랐는데, 서로 이해해 주지 않아 힘들었죠. 제 딸과는 벽을 만들고 싶지 않아 노력했지만, 천성이 워낙 다른지라 낮과 밤처럼 엇갈리기도 합니다. 남편과 아들도 그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 많이 사랑하지만 보이지 않는 금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형제와 자매는 날 때부터 서열이 있고, 세상 친한 친구들도 한 곳에서 같이 살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지요.    

       

사람들은 그 다름에 놀라 멀어지기도 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간격을 좁히기도 합니다. 때론 다름을 인정하고 간격을 유지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림책 『두 사람』은 너무 가까워서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함께 사는 이들과 어느 만큼의 간격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의 작품에는 철학적 감성이 깊게 묻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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