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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Jul 11. 2016

관점이 달라져야 질문이 달라진다

질문의 연금술 (2) 관점디자인 -1부-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란 말이 있다.
천동설을 중심으로 천체를 관찰하던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멈춰놓고 태양을 아무리 돌려 봐도 답이 나오질 않자 태양을 멈추고 지구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원하는 답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의 시작이자 혁명이었다.'
_ 서정욱 [걱정 많은 철학자와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


1. 질문하기, 왜 관점이 중요한가?


1) 관점이 질문을 제약한다.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질문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이 되기 위해 교사들이 함께 탐구하기 위한 질문들을 적고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사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쏱아졌다.

-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내 수업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을까?
- 질문을 통한 수업이라면 과연 학습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
-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거나 무의미 할 때 대처법은?
- 학생들의 애매한(엉뚱한 질문)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또 다른 질문은?
- 학생들이 모르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은?
- 대답을 쉽게 유도할 수 있는 질문 방법은 무엇인가?
- 어떻게 질문하면 학생들이 씩씩하게 대답할까?
- 학생들이 생각을 하게끔 하는 질문은?

  질문들을 살펴보면서 아쉬움이 일어났다. '주로 교사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질문들이였다. 또 다른 연수에서는 조금 다르게 물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이 되기 위해 교사가 함께 탐구할 질문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 학생들이 수업에서 질문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는 뭘까?
-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정말 무엇을 물어보고 싶을까?
- 질문을 어려워 하는 학생에게 교사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 (수업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용기를 내서 질문한 학생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 학생들이 참여하고, 대답하기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
-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질문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첫 번째 질문들과 두 번째 질문들이 달라진 이유는 관점의 변화다. 교사의 입장에서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고민하는 것과, 학생의 입장에서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역할과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각자 자신의 역할과 입장에 따라 관점이 고착화되고, 고착화된 관점에서는 고착화된 질문을 낳기 마련이다. 만약 다르게 질문하고자 한다면, 먼저 관점을 변화시켜야 한다.



  '순이익 향상'이라는 핵심단어(씨앗단어)를 가지고 일반 회사에서 질문을 만들면 소속된 팀에 따라 질문이 다르다. 비용의 집행과 절약을 책임으로 하는 회계팀에서는 '어떻게 하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를 묻는다. 익숙한 질문이기도 하며, 자신의 팀에서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할과 관점이 생각까지도 제약하고 있다. 판매/마케팀은 '어떻게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까?'를 묻고, 기획/연구부서에서는 '미래 비즈니스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먼저 선택하라. 누구의 관점에서 질문해야 할까? 꼭 하나의 관점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볼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만을 본다. 고착화된 관점에서는 질문 역시 고착화된다. 고착화된 관점을 피하기 위해서 회사에서는 서로 다른 팀이 모여서 미팅을 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기도 한다. 당신의 소속, 고정된 역할, 과거의 성공 혹은 실패 경험, 등등... 당신의 관점을 제약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의 관점을
제약하고 있는가?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뿐일 때 모든 문제는 못과 비슷해질 것이다. _ 아브라함 메슬로우




2) 관점이 다르면 질문이 달라진다. 


  질문으로 만들려 하는 주제에서 핵심단어(씨앗단어)를 찾았다면, 질문을 만들기 전에 관점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관점이 달라지면 질문이 달라진다. 같은 주제라도 질문하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 서서 묻는지에 따라, 질문도 달라지고, 얻게 되는 답도 달라진다.


곡식이 없으면 어째서 고기죽을 먹지 않는 것이냐(何不食肉糜)?


 중국 서진의 2대 황제였던 진혜제 사마충(晉惠帝 司馬衷)은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주린다는 말을 듣자 "곡식이 없으면 어째서 고기죽을 먹지 않는 것이냐(何不食肉糜)?"라고 질문했다는 일화가 진서 혜제기와 자치통감에 전해온다. 사마충은 백치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황제로서의 경험밖에 없었으니, 백성의 굶주림에 대해 이런 질문밖에 할 수 없었으리라.


백성을 위하여 혜택을 줄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임금으로 있으면서 백성이 굶어 죽는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조세를 징수하는 것은 진실로 차마 못할 일이다. 하물며 지금 묵은 곡식이 이미 다 떨어졌다고 하니, 창고를 열어 곡식을 나누어 준다 해도 오히려 미치지 못할까 염려되거늘, 오히려 굶은 백성에게 조세를 부담시켜서 되겠는가? 더욱이 감찰(어사)을 보내어 백성의 굶주리는 상황을 살펴보게 하고서 조세조차 면제를 해주지 않는다면, 백성을 위하여 혜택을 줄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_ <세종실록> 01/01/06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하여 혜택을 줄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었던 것은 백성의 관점에서 질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관점과 백성의 관점은 다른 질문을 낳는다.


  관점에 따라 질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다른 예를 살펴보자. 더 좋은 삶을 모색하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 '삶의 행복'을 핵심단어(씨앗단어)로 선정했다고 하자. 먼저 '삶의 행복에 대한 질문'을 끄적여보자.


'삶의 행복'을 키워드로 당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본다면?



자신의 질문을 들여다보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입장, 미래의 삶에 대한 입장 중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당신의 질문은 특정한 패턴에 속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재/미래, 이익/손실, 당신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현재 일어날 손실과 미래 삶에서 일어날 손실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을 '염세주의자'라고 해 보자. 현재의 삶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고, 미래의 삶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염세주의자의 관점에서 '행복한 삶'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어떤 질문을 만들 것 같은가? 현재의 삶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미래의 이익에 촛점을 두고 있는 '성취주의자'는 행복한 삶이란 핵심단어를 놓고 뭐라고 물을까?  미래의 장기적인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만족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자에게 '행복한 삶'을 묻는다면 어떤 질문을 할까? 현재와 미래의 행복 모두를 중요시하는 '행복주의자'에게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같은 주제, 같은 핵심단어라도 질문은 자신이 취한 관점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염세주의자는 행복을 물어도, 불행으로 자연스럽게 질문의 방향이 흐른다. 왜 나의 삶은 이토록 비참할까? 왜 내겐 행복이 허락되지 않을까? 증거도 가능성도 보이지 않기에 허무함에 빠져 가장 쉽게 묻기를 멈추게 된다.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성취주의자는 주로 행복을 달성할 방법에 초점을 두고 질문을 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포기하거나 투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현재의 삶을 부정하고, 미래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방법을 묻는다.

 

  그렇다면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쾌락주의자는 어떤 질문을 할까? 당장 무엇이 자신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지, 당장의 만족을 위해 해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 모두를 중요시하는 행복주의자는 어떤 질문을 할까? 질문 자체에 현재 이미 행복하다는 전제와 가정을 깔고, 지속적으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묻는다.

 행복에 대해 묻기 전에, 우리는 성취주의자, 염세주의자, 쾌락주의자, 행복주의자 중 어떤 관점에 서서 물을지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 같은 주제, 같은 핵심단어라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서 묻는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각각의 관점은 서로 다른 개념들을 강조하거나 무시한다.


우리가 질문을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질문의 관점이다. _ 박용후 [관점을 디자인하라]



3) 상대의 관점에서 물어야, 상대의 답을 들을 수 있다.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질문을 해도 답을 얻지 못한다. 칼릴 지브란의 시 'The Eye'를 잠깐 함께 읽어보자.


어느날 눈이 말했다.
"저 멀리 계곡 너머로 푸르스름한 안개에 싸인 산이 보이는구나. 아름답지 않아?"

귀가 한참동안 주의를 기울여 듣더니 말했다.
"그런데, 어디에 산이 있지?
나는 안들리는데."

그러자 손이 말했다.
"나는 그 산을 만져보고 느껴보려고 하지만 안되는데,
그 산이 어디있는지 나는 찾을 수 없어."

코가 말했다.
"산이 어디있다고 그래, 냄새도 안나는데."

그러자 눈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모두 다 눈이 보는 이상한 환각증세에 대해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눈에게 뭔가 잘못된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Said the Eye one day,
"I see beyond these valleys a mountain veiled with blue mist.
Is it not beautiful?"  

The Ear listened, and after listening intently awhile, said,
"But where is any mountain?
I do not hear."

Then the Hand spoke and said,
"I am trying in vain to feel it or touch it, and I can find no mountain."

And the Nose said,
"There is no mountain,
I cannor smell it."

Then the Eye turned the other way,
and they all began to talk together about the Eye's strange delusion.
And they said,
"Something must be the matter with the Eye."

_ 칼릴 지브란 [광인] The EYE


'귀와 손과 코'는 '눈'의 질문에 공감할 수 없다. 만약 당신이 '눈'이라면 어떻게 질문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귀와 손과 코'와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답답해 하기 보다는 다르게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 산에 있는 수 많은 새들과 바람과 나뭇잎이 스치며 내는 소리는 어떻게 들리니?
- 바위와 나무로 가득찬 숲, 이슬을 머금은 풀들의 감촉은 어떻게 느껴지니?
- 산에서 나는 온갖 다양한 냄새는 어떤 향기를 품고 있니?
- 너희에겐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저 멀리, 아주 멀리 산이 보인다. 함께 가볼래?

 상대의 입장에서 결코 답할 수 없는 질문은 상대에게 침묵만을 강요하게 된다. 사장이 직원의 관점으로만 물을 때, 회사가 고객의 관점으로 묻지 못할 때, 교사가 학생의 관점으로 묻지 못할 때, 부부가 각자 자신의 관점으로만 물을 때, 부모가 자식의 관점으로만 물을 때, 우리는 상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빠진다.


자신과 상대의 관점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자신과 상대의 관점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만약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며, 상대가 대화에 참여하길 바란다면, 상대의 입장에서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대의 관점을 변화시킬 수 없다. 각자의 관점에서는 각자의 생각이 당연하다. 당연한 것들에 질문하기는 어렵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남다른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Jim Rohn, 1930~2009


  미국의 기업인이자 작가인 짐 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세 가지 질문을 하라고 권했다.

  첫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What could I do?) 가능성의 관점에서 묻는 질문이다. 가능성의 관점에서 물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주체의 관점에서 물어야 구경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What could I read?) 책을 읽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익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책 한 권을 읽은 후 변화된 관점 하나 얻지 못했다면, 자신에게 좋은 책이 아니였으리라. 기존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실천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책이 당신의 관점을 변화시켰는가?  

  셋째,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Who could I ask?)  만남은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계기다. 고착화된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다른 만남을 가지고, 그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올바른 질문을 찾아야 하며, 올바른 질문은 새로운 관점에서 탄생한다.




  관점이 달라져야 질문이 달라진다.  코페르니쿠스는 '종교의 관점-지구 중심의 관점'을 버리고, '진리의 관점-태양 중심의 관점'에서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물어야 할까?




2016. 7. 11. 질문술사


<질문의 연금술, 이전글 다시 보기> 

https://brunch.co.kr/@ilwoncoach/48

<질문의 연금술, 다음글 예고> 

질문의 연금술 (3) 관점디자인 2부 - 고착화된 관점에서 벗어나기
: 다르게 질문하기를 방해하는 고착화된 관점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질문의 연금술 (4) 관점디자인 3부 - '어떤 관점에서 물을 수 있을까?'
: 질문을 하기 전에 새로운 관점을 선택하는 방법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질문디자인연구소라는 이름을 걸어두고, 질문을 공부하고 활용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른 사람들의 질문능력을 향상시키기에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함께 훈련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질문하는 힘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다르게 질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몇 가지 안내해 보려고 합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고 응원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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