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런 내가 솔직해져도 될까?

마음에 그늘이 진 나를 드러내기가 힘들 때

by 삼각커피
솔직해져도될까01.png
솔직해져도될까02.png
솔직해져도될까03.png
솔직해져도될까04.png
솔직해져도될까05.png



솔직해져도될까06.png



솔직해져도될까07.png




어느 순간 나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밝은 사람인 척. 이 대화가 즐거운 척. 세상에 긍정적인 척. 지금 이 문제가 아무렇지 않은 척.


내 마음에 고민과 걱정이 많이 쌓이고, 마음이 울적할수록 아닌 척하는 연기력은 날로 늘어만 갔다.


정말 힘들어보니, 진짜 돈이 없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이 없다며 ‘나 완전 거지야.’라며 가볍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심각한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나 요즘 진짜 죽을 것 같아~’ 하며 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쉽게 내뱉지 못한다. 진짜 도움을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손 잡아달라 말하지 못한다.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건, 내 상황과 감정이 너무 깊고 혼란스러워서 기도 하지만 이 감정을 과연 듣는 상대방이 왜곡 없이 그대로 알아주고 공감해 줄까 싶기도 해서다.


나는 친밀감을 느끼는 포인트중 하나가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굴에 난 뾰루지 하나도 보이는 게 싫어서 컨실러로 가리고 밴드를 붙이는 판국에 더 친해지고 싶고,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사람에게 나조차도 감추고 싶었던 것들을 보여주기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보여주었다가는 나를 좋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나를 다른 이미지로 다시 보고 부정적으로 판단하게 될 까 봐, 완전히 공감할 정도로 공감대 형성이 안된 사람에게 섣불리 말했다가 이해가 버거운 감정을 억지로 전달해 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 혹은 비슷하지만 더 불행한 나를 보고 위로하며 자신의 처지를 위안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질 것도 같다.


어두운 모습은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밝은 모습이 아니면 나는 더 소외될 거야.


‘어두운 사람’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속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밝은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지인들의 모임에는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만나고 얼굴도장을 찍지만, 어쩔 때는 딱 그 무리 안에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만 느끼고 돌아올 때가 많은 것 같다. 단지 무리 안에서 잘 어울리고,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나를 스스로 느끼고 '사회성 있는 내 모습'에 안도해하면서.


멋은 낸 듯 만 듯 신경을 꽤나 쓴 옷을 입고, 정갈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카페에 모여 예쁜 잔에 담긴 허브와 과일이 섞인 음료를 마시고, 영어로 된 알 수 없는 긴 이름의 보석처럼 설탕으로 코팅된 디저트를 먹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깔깔거리다 단내 가득한 입과 수다거리에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 와 걸쳤던 옷가지를 집어던져 버리고 나면 왜 이렇게 허기가 지고 칼칼하고 얼큰한 컵라면에 목구멍이 화해지는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지..


내가 원하는, 내가 바라던 바로 그 모습으로 보낸 하루였는데 왜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걸까?





종종 살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그런 어느 날이 있어요.

그런 날들의 소소한 단편을 올립니다.



브런치에서 연제한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책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스 24

알라딘




keyword
이전 03화우리, 위로는 어디서 받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