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상처 입은 기억이 특히나 어린날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정말 괜찮다고, 난 이제 아무렇지 않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주제나 물건으로 툭,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도 모르게 또렷하게 튀어나오는 날. 기억에 녹아있던 감정이 생생히 꺼내져 나와 새하얀 식탁보에 넘어트린 커피잔 마냥 평범했던 하루를 집어삼키듯 시커멓게 물들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그저 상처로만 기억되는 어린 시절 내가 안쓰러운 날. 시간을 거슬러 나를 만난다면 밤늦게 불 켜진 집이 무서워 들어가지 못하고 늦은 밤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돌아가 하염없이 떠나가는 버스를 보며 집에 불이 꺼지기만 기다렸던 그 날, 쏟아 낼 눈물은 다 쏟아 낸 것 같지만 자꾸만 나오는 눈물을 이불속에서 소리 죽여 옷소매로 쉼 없이 닦아대던 날.
그 날들로 하루하루 죄 다 되돌아가 상처 받은 어린 나를 한 명도 빼먹지 않고 꼭 안아주고 싶은 그런 날. 세상에 나를 아프게 했던 모든 것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소리로 너네가 뭔데 날 아프게 하냐고 대신 힘껏 소리쳐 주고 싶은 날.
넌 절대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계속 불행하게만 살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날.
종종 살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그런 어느 날이 있어요.
그런 날들의 소소한 단편을 올립니다.
브런치에서 연제한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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