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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Feb 04. 2023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한성대학교 상상부기

상상부기는 어떤 거북이일까?




 요즘 캐릭터들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큰 행사에서는 캐릭터들이 많이 제작되었습니다만, 요즘은 회사들의 로고부터 시작해서 상품 로고와 지역사회에도 캐릭터에 대한 공을 많이 들이고 있죠. 심지어 이제는 대학교에도 캐릭터를 통해 학교를 알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한성대학교의 거북이를 상징하는 상상부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상상부기는 상상관이 지어질 무렵, 공사를 진행하다가 땅속에서 커다란 알이 발견되었고, 놀란 사람들은 이 알을 품어 부화시켰는데 그 알에서 가방을 멘 거북이가 태어나 열심히 공부를 하여 한성대에 입학하여 한성인들을 돕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상상부기는 본교 재학생이 만들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현재 상상부기는 본교 재학생 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귀엽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과연 상상부기는 한성대학교를 너머 전국적으로 유명해 질지 궁금하네요.




간결하면서도 귀여운 이목구비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상상부기는 푸른바다거북일 것이다.




 사실 상상부기를 보고 거북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등껍질이 가방의 역할을 하면서 정말 거북이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상부기가 거북이라는 설정이 있으니 거북이라는 가정하에 분석을 진행하였는데요. 상상부기가 어떤 거북이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에 어떤 거북이가 살고 자생하고 있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거북이는 대표적으로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장수거북, 남생이, 붉은귀거북, 중국자라, 자라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자라 종류는 제외해야 하는데요. 자라의 경우 주둥이가 길고 발가락이 길게 자리 잡고 있으며 거북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껍질이 단단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죠. 등껍질이 상대적으로 덜 단단한 이유는 바로 자라의 등껍질은 피부기 때문이죠. 거북이는 그와 반대로 뼈로 구성되어 있어 딱딱하고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둥이가 긴 자라



거북이


 그렇다면 남은 것들은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장수거북, 남생이, 붉은귀거북이 남았는데요. 상상부기가 나름 푸르스름한 색을 가지고 있으며 상상상부기의 발이 노처럼 모양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남은 거북이들 중에서 상상부기와 가장 잘 맞는 거북이는 푸른바다거북이라고 생각됩니다. 푸른바다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대형 거북이로 대서양과 태평양의 열대 혹은 아열대 바다에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해안에도 가끔씩 등장한다고 합니다. 몸길이는 1.3m에 무게는 무려 200kg까지 성장할 수 있으며 주둥이가 짧고 몸이 전반적으로 녹색의 빛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참고로 수컷의 경우 꼬리가 길고 암컷의 경우 꼬리가 짧은데요. 상상부기는 현재 꼬리를 가지고 있으니 수컷 푸른바다거북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포켓몬스터의 꼬부기와는 같은 종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상상부기는 등껍질이 작은 컴플렉스로 인해 가방을 하고 있다.



 상상부기는 특이하게 등껍질을 가방처럼 메고 다닙니다. 하지만 실제 거북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만약 등껍질을 저렇게 분리하게 되면 거북이는 금방 죽을 것입니다. 그래서 상상부기에게서 보이는 등껍질은 등껍질 모양의 가방으로 생각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등껍질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시겠지만 아마 상상부기가 입고 있는 옷 안에 등껍질이 작게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등껍질은 거북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거북이 등껍질은 뼈로 되어 있으며 척추뼈의 일종으로 되어 있는데요. 거북이의 껍질은 갈비뼈와 등뼈가 진화하여 생긴 구조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거북이의 등껍질은 굉장히 딱딱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패의 역할을 하는데요. 그래서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성체가 되었을 때 인간 정도를 제외하면 천적이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이빨이 강해도 푸른바다거북의 등껍질을 뚫기는 힘들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상상부기의 경우 등껍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보이는데요. 그래서 상상부기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마치 등껍질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등껍질 가방을 메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자신의 약점을 가리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네요.






등껍질 가방을 메고 있는 상상부기. 실제 등껍질은 옷 안에 숨겨져 있을 것.






상상부기는 다른 거북이들보다는 빠를 것이다.



 상상부기는 등껍질이 가방이고 실제 등껍질은 옷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등껍질은 비록 거북이에게 든든한 방패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무거운 짐이 됩니다. 물속에서야 부력이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육지에 올라왔을 때는 굉장히 무겁게 작용하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껍질이 부드럽고 가벼운 자라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빠르게 달리기도 합니다.






자라의 도망치는 속도



그래서 상상부기 역시 실제 등껍질이 크지 않으므로 다른 바다거북보다는 육지에서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단함 대신 스피드를 얻은 상상부기는 과연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라면 단단함을 얻겠습니다...






상상부기의 눈물은 염분 배출을 위한 것이다.






 상상부기의 이모티콘을 보시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방을 채울 정도로 흘렸네요. 그런데 거북이는 슬퍼서 우는 눈물보다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린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바로 염분 배출 때문입니다. 거북이들은 특히 바다에서 살 경우 바닷물의 높은 염분 농도와 평생 마주해야 합니다. 염분을 배출하는 콩팥이라는 기관이 거북이에게도 있지만 체내로 들어오는 염분을 배출하기에는 콩팥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거북이들은 이러한 염분을 뱉어내기 위해 하나의 기관을 더 가지게 되는데 바로 "Salt gland"입니다.



 갈매기나 펭귄에게서 있는 Supraorbital gland와 사실상 기능이 거의 비슷한 기관이기도 한데요. 거북이는 체내에 있는 염분을 눈 근처에 있는 Salt gland로 보내어 눈 밖으로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거북이는 슬퍼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별로 보고된 바 없어 거북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사실상 염분 배출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아마 상상부기의 눈물도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염분 배출을 위해 눈물을 흘릴 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울지 않는다, 그저 흘릴 뿐이다.






마치며





 지금까지 상상부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상상부기는 푸른바다거북으로 수컷일 가능성이 높으며 등껍질이 작아 그것을 가리기 위해 가방을 메었을 것이고, 다른 바다거북보다는 훨씬 빠를 것이며 상상부기의 눈물은 슬퍼서가 아니라 염분 배출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는 것이 제 결론이었습니다. 비록 상상부기라는 캐릭터는 귀엽고 인기가 많지만 상상부기 캐릭터의 모티브로 추측되는 푸른바다거북은 멸종 위기 IUCN의 위기단계입니다. 지속된 어업과 해양 플라스틱으로 인해 감소가 되었고 이전부터 행해오던 푸른바다거북 알의 탈취로 푸른바다거북의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푸른바다거북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멸종하게 된다면 미래에 태어날 귀여운 거북이 캐릭터도 더 이상 탄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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