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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Oct 03. 2022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연세대 독수리

연세대 독수리는 독수리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을 대표하는 SKY라는 말을 모두 알 것이다. SKY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줄인 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개의 대학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학교 입시에서 이 세 학교 중 하나로 들어가기 위해 지금도 많은 고등학생들이 열심히 공부 중이며 대입 부모님들도 이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기도 중이시다. 그만큼 이 학교들은 고등학교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재여야만 입학할 수 있는 곳이며 거의 모든 고등학생들의 꿈의 대학교들이다.


 이번에는 SKY 중 Y를 담당하는 연세대학교를 상징하는 한 동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바로 연세대학교를 상징하는 독수리다.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으로 불리며 그 누구보다 하늘에서 자유로운 동물 중 하나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들이 자유롭게 전 세계로 뻗어가는 것을 형상화한 듯, 연세대 독수리는 힘찬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수의사인 내가 연세대 독수리를 봤을 때 의문점이 몇 가지 들었다. 과연 연세대 독수리의 모습에 숨겨진 특징은 무엇일까?



1. 연세대 독수리는 검은가슴새매일 것이다.





 연세대 독수리의 로고를 통해 외형을 잘 살펴보면, 푸른색이 감도는 날개, 회색이 감도는 몸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수리류 동물의 경우 대표적으로 검은가슴새매(검은가슴말똥가리수리)가 있다. 검은가슴새매의 경우 목과 몸통, 그리고 날개 부분에 푸르스름한 색을 나타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비록 이름에는 검은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는 하나 다른 말로는 Chilean Blue Eagle, 즉 칠레 푸른 독수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검은가슴새매는 몸의 길이가 70cm, 날개의 폭이 최대 200cm까지 될 정도로 대형 조류이며 체중은 2.5kg 내외에다. 주로 1,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서식한다. 주된 먹이는 토끼인데 농부들의 농업을 방해하는 토끼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때문에 농부들에게는 나름 유익한 동물이기도 하다. 토끼 외에도 스컹크, 쥐 등을 잡어먹기도 하며 안데스 콘도르와 썩은 고기를 놓고 경쟁하기도 한다. 멸종 위기인 안데스 콘도르와는 달리 개체 수가 안정적이어서 멸종 위기등급에서 LC(Least Concern)으로 현재까지는 멸종 위기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검은가슴새매



연세대 독수리





2. 연세대 독수리는 신촌이 아니라 남아메리카 출신일 것이다.



 연세대 독수리는 비록 신촌에서 자리 잡고 있지만 연세대 독수리의 실제 고향은 한국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앞서 나는 연세대 독수리는 검은가슴새매라고 추측하였다. 그런데 검은가슴새매의 경우 남아메리카에서만 서식하는 맹금류이다. 북쪽의 베네수엘라부터 남쪽의 칠레, 아르헨티나까지 골고루 서식하고 있다. 초목이 드문드문 있는 고지대를 좋아하는 검은가슴새매 특성상 안데스산맥 전반에 걸쳐 서식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검은가슴새매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일도 없지만 만약 들어오더라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우리나라는 산이 많지만 검은가슴새매의 먹이 활동을 방해할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그래서 먹잇감을 포착하는 데에 꽤나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결국 적응하는 데에 꽤나 애를 먹을 것이다. 어쨌거나 연세대 독수리는 신촌 출신이 아니라 남아메리카의 황량한 고지대 출신일 것이다.




검은가슴새매 서식지, 대부분 남아메리카에 위치하고 있다.


3. 연세대 독수리는 독수리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언급하는 독수리는 학명으로 Aegypius monachu이며 수릿과 독수리 속에 속하는 하나의 새이다. 형태는 다소 검고 얼굴 부분의 털이 다소 빠져 보이는 듯한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독수리를 순우리말로 하면 대머리수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연세대 독수리의 경우 검은가슴새매로 엄연히 말하면 독수리가 아니다. 검은가슴새매 역시 수릿과에 속하는 맹금류기에 이웃사촌이기는 하지만 독수리와는 계통이 조금 다르다. 또한 독수리의 특징인 검은색 털과 머리 쪽 털이 빠진 듯한 모습도 연세대 독수리에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연세대 독수리는 엄밀히 말하면 독수리는 아닐 것이다.


이 친구가 진짜 독수리



독수리와는 다소 다른 외형의 연세대 독수리





4. 연세대 독수리는 최소 4-5세 이상일 것이다.




 검은가슴새매는 온전한 털을 가지는데 4-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검은가슴새매의 특징이 푸르스름하면서도 다소 깔끔한 모양을 가진 털인데, 어린 검은가슴새매의 경우 털이 다소 불규칙적이고 점박이 모양을 하고 있으며 푸르스름한 색이 아닌 갈색을 띠는 경우도 많다. 만약 연세대 독수리가 4-5세가 아닌 어린 검은가슴새매였다면 지금처럼 푸른색과 회색의 깔끔한 패턴 모양이 아니라 검은색 점이 박혀있고 갈색도 있는 다소 불규칙한 패턴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연세대 독수리는 최소 4-5세 이상의 성체의 검은가슴새매로 추측된다.



어린 검은가슴새매(좌)와 성체의 검은가슴새매(우) / 출처 : Victor Bustinza&Juan Redhead





마치며


 지금까지 연세대 독수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연세대 독수리는 검은가슴새매이며 남아메리카 출신으로 엄밀히 말하면 독수리는 아니며 최소 4살 이상의 성체로 추측하였다. 연세대 독수리로 추측되는 검은가슴새매는 다행히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개체 수에 큰 영향은 없다. 물론 일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삼림 벌채를 하는 인간 덕분에 먹이를 더 잘 포착할 수 있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인간 덕분에 피해 보는 동물이 많지만 검은가슴새매는 오히려 인간 덕분에 이익을 보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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