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인과 다름없던 인터넷을 삶에서 끊어냈다.
헤로인을 만드는 방법
양귀비 열매껍질에 상처를 내면 우윳빛깔의 유액을 얻을 수 있다. 아편이다. 아편을 10배 정도의 높은 순도로 정제하면 모르핀이 만들어진다. 모르핀의 분자구조를 지용성으로 조금만 변경시키면 신경계에 직방으로 작용하는 헤로인을 얻을 수 있다.
통상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귀비는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파멸에 가까운 해악을 끼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오랜 시간 인간은 양귀비를 재배하여 진통과 해열이라는 용도로 요긴하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 양귀비가 높은 순도로 정제되고 가공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은 것- 오히려 유익한 것들이 정제와 가공이라는 과정을 통해 치명적인 것으로 변하는 사례는 또 있다. 예를 들어 연예인의 이미지가 그렇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 중에 아름다운 사람만을 선별하고 선별하여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선발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과정을 통해 연예인이라는 정제된 집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모습이 코디네이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촬영기사, 그래픽 아티스트라는 일련의 그룹에 의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가공되어 미디어에 퍼질 때 - 이러한 이미지들은 사실상 헤로인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이런 이미지는 가뜩이나 비극적인 삶에 또 다른 슬픔을 더한다. 외모 지상주의와 외모 열등감, 우울증, 거식증, 성형 중독증 같은 것들이다.
※헤로인과 연예인에 관련된 이 이야기를 어디에서 읽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기억을 더듬어 재작성했습니다. 혹시라도 원문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꼭 댓글 부탁드립니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떠 있는 모든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포탈의 메인화면이란 몇십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콘텐츠 중 가장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을 선별하고 선별하여 핸드폰 액정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텍스트와 사진들로 가공하는 것이 아닌가. 콘텐츠적 관점의 헤로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 중독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한두 번 재미로 봤던 네이버 메인화면이 어느 순간 내 일상을 장악한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서 보여주는 그 모든 콘텐츠가 참을 수 없이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나는 틈만 나면 네이버를 켰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 소비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일상의 모든 소소한 것들이 일거에 그 빛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소비한 콘텐츠 중에 기억에 남는 것,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에 소음과 탐욕, 짜증만 증폭시키고 있었다. 글을 쓰는데도 분명 지독한 해악을 끼쳤을 것이다. 그만큼의 시간 동안 책은 덜 읽었고, 글은 덜 썼을 테니 말이다. 쓰고 싶은 글감이 모두 메말랐다고 할지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이것이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네이버를 차단하더라도 나는 다음(Daum)에서 똑같은 짓을 할게 분명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급적이면 인터넷 자체를 내 일상에서 차단시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핸드폰에서 인터넷 자체가 불가능하기를 바랐다. 손 닿는 곳에 항상 존재하는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약쟁이가 약을 끊겠다면서도 주머니에는 헤로인과 주사기를 넣은 채 지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나는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브런치, 인터넷뱅킹, 카카오 맵, 교보 Ebook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기능이었다. 나는 꼭 필요한 기능을 남기고 인터넷이라는 불필요한 기능만을 선별적으로 제거하고 싶었다.
몇 가지 방법이 있었다.
Freedom
Freedom이라는 어플이 있다. 멋진 어플이다. 차단하고 싶은 어플을 선택하고 시간을 설정하면 그 시간 동안 핸드폰의 어플과 기능이 비활성화된다. 자질구레한 웹사이트도 시간을 설정하여 한방에 모두 차단할 수 있다. 직관적이고 강력하다. 사전에 설정한 시간 동안 핸드폰 기능을 제한하는 점에서 최근 유행한 금욕 상자와 기능면에서 거의 유사하다. 다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1년 사용 가격이 Only $29.99이다. 그러나 이 어플로 말미암아 하루에 10분씩만 절약해도 1년이면 3,650분- 그러니까 60시간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어플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크린 타임을 통한 인터넷 차단(아이폰 전용)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스크린 타임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파리 어플은 기본 설치 어플이라 삭제가 안된다. 어찌어찌 차단 기능을 사용하여 사파리 어플을 비활성화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내 못된 손가락은 어느새 크롬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거야 원... 천상 약쟁이가 따로 없다.
꽤 오랜 시간 방법을 찾다가 나는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을 통해 인터넷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았다. 처음에는 이 기능이 단순히 내가 사용한 어플의 사용시간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훨씬 강력했다. 웹사이트와 어플 차단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찾던 완벽한 기능이었다. 자체 내장 기능이므로 비용도 들지 않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폰 스크린 타임에 들어가서 웹 콘텐츠 차단하기를 누른다. 여기서 '허용된 웹 사이트만' 설정하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아이폰에서 제공되는 '허용된 웹 사이트' 목록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허용된 웹사이트는 Disney와 National Geographic Kids, Discovery Kids 정도인데 이런 홈페이지에 접속할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이 목록을 그대로 사용해도 문제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스크린 타임 암호를 기억할 수 없는 숫자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할 수 없는 숫자로 암호를 설정해야 나란 놈이 기껏 설정한 스크린 타임의 제약을 무력화시키고 - 하염없이 인터넷을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혹시 모르니 암호는 아무 종이에나 적어서 쉽게 꺼낼 수 없는 곳에 보관하면 된다. 내 경우는 스크린 타임 암호를 회사 서랍 제일 안쪽에 붙여 놓았다. 나는 그 숫자가 기억나지 않고 그래서 지금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사파리를 통한 모든 홈페이지로의 접속이 차단할 수 있다. 네이버도 다음도 접속 불가다. 사파리뿐만 아니라 크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유튜브나, 브런치 같은 다른 어플들의 사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신기한 부분은 브런치에서도 다른 기능은 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 통계 부분만 차단된다는 점이다. 글쓰기, 글 읽기, 알림 확인까지 가능한데 통계만 안된다. 뭐랄까- 통계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쓰고 싶은 글을 쓰라는 핸드폰의 요정의 배려일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어플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도 스크린 타임의 앱 시간제한 기능을 통해 해당 어플을 핸드폰에서 차단할 수 있으므로 꼭 사용해보도록 하자.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면 된다.
자녀의 iPhone, iPad 및 iPod touch에서 유해 콘텐츠 차단 사용하기
스크린 타임 어플 설치를 통한 인터넷 차단(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사실 아이폰처럼 완벽하게 홈페이지나 어플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삼성 콜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했고, SK텔레콤에도 전화해서 확인해봤지만 없다고 한다. 다만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과 유사한 기능의 어플들이 있기는 하다. Screen Time - Restrain yourself & parent control라는 어플이다. 사용해보니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어플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사용기록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평가도 좋고 무엇보다 무료라 더 좋다. 한 번쯤 설치해서 자신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을 차단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핸드폰으로 허튼짓하는 시간이 줄었다. 아니다. 아예 사라졌다. 네이버도 다음도 접속이 불가능하니까. 5분, 10분의 자투리 시간에도 E-book을 읽거나 브런치에 써놓은 원고를 한 번 더 보게 된다. 자극적인 것이 일상에서 사라짐으로 인해 지루한 것들에 대하여 좀 더 섬세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루한 것들이 내게 주는 기쁨이 더 커졌다. 쓰고 싶은 글감이 더 많이 생긴다. 글을 쓸 때도 조금 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소소한 많은 것들이 더 감질나게 느껴진다.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당신도 인터넷을 끊고 일상의 소소한 면들을 더 많이 간직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에 'B형 은행원'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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