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때 듣는 질문

by 호접몽


평소에 나는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꺼린다. 조용한 편이고 사교적이지 못하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해대면 조금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나마 등산 정도 할 때에나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목례와 함께 간단한 인사 정도 하면서 지나가곤 했다. 아, 이것도 요즘에 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이 되었구나!



하지만 여행할 때에는 180도 달라진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나의 첫 해외여행인 인도 여행이 큰 역할을 했다. 인도인들은 대단한 호기심 대왕이다. 옆에 붙어서 지겨울 때까지 질문을 해댄다. 덕분에 힌글리시(인도 북부 언어인 '힌디'와 '잉글리시'의 합성어. 콩글리시와 비슷한 맥락. 인도 남부 마리얄람어를 쓰는 곳에서는 자신들이 '망글리시'를 쓴다고 했다.)를 알아듣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이왕이면 내 호기심을 채우는 데에 대화를 활용하리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변신!



특히 기차 여행을 할 때에는 서로 남는 게 시간이니 별로 안 궁금했던 것까지 마구 궁금해하며 대화를 나눈다. '댁이 어디에 가는지, 뭘 하러 가는지, 식구들이 몇이며 학교에 다니는지, 사실 궁금하지 않다오. 하지만 지금부터 막 궁금할 거랍니다. 왜냐. 지금은 시간이 너무 많고 심심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이곳 여행 중이니 현지인을 직접 만났으니 대화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언제 우리가 또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요. 이 시공간에서.' 이런 심정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쨌든 한 번 보고 스쳐 지나갈 인연일지언정 대단한 인연 아니겠는가.



그래도 원래 성격보다 조금 나은 것일 뿐, 이들의 사교성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들이 먼저 말을 걸 때 "Where are you from?"이라 질문한다. "From Korea."라 대답하면 이어지는 질문 "Where are you going?"이다. 막 시끄럽게 떠들다가 서로 언어의 한계를 느끼고는 대화를 멈춘다. 그때부터 철학적 사색이 이어진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같은 것 말이다.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1848-1903)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이 작품은 고갱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갱의 작품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며, 스스로 이 작품을 자신이 그린 모든 작품을 능가하는 역작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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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은 이 질문의 무게가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목적지만 대답하고 가볍게 넘어가는데, 어떤 때에는 내 존재를 짓누른다. 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어디로 향해 가는지, 그 길로 가도 되는 건지, 마음속에 복닥복닥 존재를 시끄럽게 하는 화두가 되어버린다.



장난으로 던진 돌이든, 심심해서 던진 돌이든,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질문을 던지며 지낸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져 나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묵직한 철학이 되어 마음속에 자리한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오늘은 이 질문에 한참 허우적거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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