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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꼴 보기 싫은 스타일은?

by 심상보

여러 명의 20대(의상디자인 전공자 10명)에게 가장 꼴 보기 싫은 중년 남성 스타일이 뭐냐고 물었다. 답이 모두 같았다. 타이트한 스타일! 타이트한 티셔츠, 타이트한 바지, 타이트한 셔츠 등등 타이트한 스타일이 가장 보기 싫다고 했다!


지금 20대는 타이트한 스타일을 입어 본 적이 없다. 레깅스가 유행했지만 그건 타이트한 스타일이라기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복식이다. 타이트한 스타일은 90년대 중반에 유럽에서 시작했다. 패션계에 사람들, 특히 게이들이 타이트한 티셔츠에 타이트한 바지를 많이 입었다.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90년대 말에는 타이트한 스타일이 로우라이즈 진(Low-rise Jean)과 함께 유행했다. 그런데 이때는 스판원단이 없어서 정말 불편한 스타일이었다. 그 후에 스판진이 주류를 이루면서 타이트한 스타일은 스키니진의 유행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마른 체형까지 유행하면서 슬림한 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때가 2000년대 초다. 현재 20대들이 막 태어났을 때다. 요즘 타이트한 스타일이 조금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루즈한 핏이 대세다. 그리고 이제는 마른 체형보다 건강한 체형을 선호하고 있어서 과거의 스키니 한 스타일이 돌아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중년인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타이트한 스타일을 즐겼다. 스키니까지는 아니어도 타이트한 스타일에 익숙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젊었을 때 향유하던 문화의 영향을 평생 받는다. 최고라고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20대 때 들었던 음악을 평생 듣는 것처럼...... 비슷하게 20대 때 익숙했던 패션이 평생 스타일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중년들은 루즈핏이 어색하다. 그보다는 몸에 딱 맞는 옷이 익숙하고 편하다. 그런데 현재 20대가 보기에는 딱 맞는 그 옷이 너무 타이트하게 보여서 어색하고 이상하다.


타이트한 스타일 중년 남성 AI 생성 이미지


특정 부류의 젊은이들이 즐기는 스타일을 나이 들어서 따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나이 먹고 옛날에 입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몸은 20대가 아닌데 왜 20대 시절에 옷을 입거나 지금 20대의 스타일을 따라 하나? 얼마나 열심히 살면서 얻은 나이고, 몸인데 지금 몸에 걸맞은 스타일을 찾아 입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무리 비싼 브랜드라도 한 3~4년 입었으면 버리고 새로 사 입어야 한다. 몸도 많이 바뀌었으니까 좀 넉넉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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