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가 드디어 집을 나갔다
어머니 거실좀 쓰겠습니다(6편)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Jan 23. 2023
아가씨가 집을 나가던 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무에게도표현하지 못했지만 내가 내쫒은 느낌이 들어서 미안했다
아가씨와 나는 한 살 차이 밖에 되지 않아 이미 혼기가 차고도 남았다 생각했지만
어머니에겐 어쨌든 귀한 막내딸이니 마음이 좋을 터 없었다
결혼은 할 것이지만 잠은 집에서 자는 오랜기간 연애만 지속하는 아가씨.
그 짐을 내가 하나 둘 싸기 시작했다.
아가씨가 처음 몇월 몇일에 맞춰 남편될 사람 집으로 간다고 했을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날을 기다리고 있구나. 깨달았다.
한편으론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우리가족이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어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아가씨 옷장 하나하나, 신발장 하나하나를 정리에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문앞에 턱 하니 내놓았다
어머니는 당황스러웠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하셨다.
아가씨가 짐을 마지막으로 빼서 나가기 전
상견례를 했다.
상견례를 하러 간다기에 나는 너무 기대했다. 이제 정확한 날짜를 잡겠구나 하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그런 이야긴 안했어"라는 거였다.
"아니, 어머니 상견례에 가서 정확히 확답을 하고 와야죠! 내가 갔어야 했는데~~~~(허허)"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엄격한 관리자 유형의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차만 마시고 온거지!? 답답했다.
어쨋든 그때부터 나는 짐을 싸기 시작해 어느날 너무 짐싸서 나가라고 등떠미나 싶어 하루를 쉬어 보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집엔 아가씨 짐이 남아있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아가씨는 남편될 사람 (지금은 사실 결혼을 해서 이미 아이들 고모부) 집으로 갔다.
그날 밤, 어머니 아버님이 우리 부부를 부르셨다.
"앉아보렴"
"네."
"이제부터 이 방은 너희들이 쓰도록 해라. 그동안 고생했어"
그 말을 듣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나는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가씨는 좋은집에 시집갈거고, 남은건 우리니 나는 집날리고 차 날리고 재산을 잃고 시댁에 들어와 지내지만
이제 이렇게 방한칸 생긴것에 대해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날 부터 방을 닦고, 쓸고, 꾸밈없이 심플하게 짐을 뺏다 넣었다 난리가 날줄은 몰랐다.
그리고 더더욱 이 방에서 3년이 다되어갈줄은 전혀 몰랐다.
그렇게 우리는 시댁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왔고
이제 진짜 독립할 준비를 이 방안에서 남편과 하고 있다.
Ps.어머니와 나, 아가씨는 둘도없는 찐한사이. 진짜 우리의 기록을 해가며 성장중인 우리부부. 감사의 연속이 되는 나날들. 모두행복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