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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Oct 11. 2021

아픈 마음

언제나처럼 오늘도 아프지 않은 척했다. 헐떡이며 달려야만 했고, 삶의 고단함을 느낄 정신도 없었다. 나라는 객체가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 정말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러지 않은 척해야만 했다. 고통스러워도 그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순응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그게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유일한 요구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옥죄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혼자만의 신음 소리와 함께 버티고 버텨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다.


사람들 앞에서 반듯한 척해야만 했고, 행복한 듯 억지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내 안의 상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 나는 행복한 듯 나를 꾸며야만 했다. 유행에 따를 줄 아는 옷을 찾아야만 했고, 티브이 프로그램은 빠트릴 수 없었다. 피부는 하얗게 잘 가꾸어져 있어야만 빈티 나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한 사람의 말이 화살이 되어 나를 찌르더라도 나는 웃어야만 했다. 삭혀야만 했고,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온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달리는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인 체스판의 말처럼 외로움을 견뎌야 했고, 때로는 넘어지고 까진 상처가 있더라도 금세 일어나야만 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간다 한들 나만의 시간인지도 모른 채 타인을 위해 그렇게 지내야만 했다.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혼자만의 괴로움을 삼켜야만 했다. 그게 내 운명인 듯 받아들여야만 했다.


Photo by@paris_shin / 한상권


그렇게 달려온 당신,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는 것 하나 없는 내가 당신의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게 지나친 간섭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내가 그 아픔과 고통을 다 알지는 못한다마는, 그래도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 단지 옆에 앉아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의 아픔을 나누고 싶다. 나의 위로는 위로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는 아프지 않은 척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도 모른다. 하늘에 뭉게구름 속에 숨어 살고 싶었던 내가 없는 내 삶 속에는 운명의 장난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거 알고 있는가. 운명에는 아픔이 없다는 걸. 그러니 당신 스스로가 아프지 않은 척하는 걸 벗어나길 바란다. 그렇게 힘을 내어 다시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바쁜 삶의 유속이 나를 쓸어버리더라도 지친 몸이 나를 넘어트리더라도 용기 내어 살아보라고.


나는 아프지 않은 척했지만, 당신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면 좋겠다. 당신 스스로를 믿고, 더 이상 아픔을 삭이지 말고, 자신으로서 말해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 힘내어 말해보라고. 나 참 열심히 하고 있구나, 잘해보려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에 집착했구나, 그래서 상처 받았구나. 그렇게 스스로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라 본다. 아끼지 말고, 그리고 아프지 않은 척하지 말고 스스로의 존재만을 생각하고 인정해주기. 그렇게 힘 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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